[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지난해 해킹 사태 이후 현금 배당을 멈췄음에도, 주가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4분기 무배당이 공식화하며 단기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시장은 이를 부정적 신호로만 받아들이진 않는 분위기입니다. 정재헌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가 단기 주주환원보다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먼저 정리하는 선택을 하면서,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6일 SK텔레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도 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SK텔레콤은 그간 주당 830원 수준의 분기배당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768억원씩 배당을 지급한 이후 배당을 중단했습니다. 3분기에는 별도 기준으로 520억원의 영업적자와 2066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고, 이 여파로 3분기와 4분기 모두 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4분기 실적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배당 재개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SK텔레콤의 배당금 총액은 3536억원으로, 2024년 대비 약 53% 감소했습니다. 회사 측은 해킹 사고 수습과 보안 강화, 조직 재정비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커졌고, 연간 배당 축소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정재헌 CEO 체제로 전환되면서 '악재는 털고 가야 한다'는 내부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단기 실적이나 주주환원 확대보다는, 해킹 사태 이후 누적된 비용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을 먼저 정리하는 데 방점이 찍힌 모습입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새 경영진 출범과 맞물린 재무 구조 정비 국면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을 끌고 가기보다 한 번에 정리한 뒤 다음 성장 국면으로 넘어가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배당 축소에도 주가는 강세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SK텔레콤 주가는 연초 5만3000원대에서 출발해 지난 5일 장중 7만9400원까지 오르며 한 달 사이 약 49% 상승했습니다. 특히 5일 주가는 장중 기준 역대 최고가이기도 합니다. 다만 4분기까지 무배당 정책이 공식화되고,
LG유플러스(032640)의 배당 정책과 비교되면서 6일에는 조정을 받았습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주당 660원을 배당했고,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40% 이상을 배당에 투입했습니다.
그럼에도 증권가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다수 증권사가 SK텔레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으며, 유안타증권은 10만원을 제시했습니다. 비용 부담과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정리하면서 단기 주주환원은 멈췄지만, 오히려 재무 구조의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위약금 면제 국면에서 이탈 가입자의 재유입이 나타나 올해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주가 상승의 근본 배경으로는 통신 매출 회복과 함께 인공지능(AI) 사업에 대한 재평가가 꼽힙니다. SK텔레콤은 초거대 AI 모델 개발,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SK텔레콤에 대한 인식도 전통적인 통신주에서 AI 성장주로 점점 전환되는 모습입니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을 통해 신규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영역에서는 에이닷 서비스, 기업간거래(B2B) 영역에서는 에이닷 비즈를 중심으로 사업화를 모색 중입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한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AI 인프라 확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기업 지분 가치 역시 주가 재평가 요인으로 평가됩니다. 신한투자증권은 SK텔레콤이 보유한 앤트로픽 지분 가치를 약 3조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최근 글로벌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컴퍼니가 SK텔레콤 지분 5.01%를 확보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선 점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SK텔레콤의 저평가 해소 신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