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이재명 효과’, 제도 방벽 없으면 사상누각

입력 : 2026-02-18 오전 6:00:00
이재명 대통령이 “입법이 너무 느리다”고 국회를 재촉한 장면이 여러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에 국한해서 그 이유를 따져 보면 이렇다.
 
코스피5000 시대의 공든 탑이 언제 무너질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코스피5000은 제도적 성과라기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시장에 신뢰감을 준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니 의지가 약해질 때 무너지기도 빠르겠다. 탄탄한 제도가 뒷받침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당정은 주주 이익보호 상법 개정을 자화자찬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체감되는 효과는 약해 보인다. 일례로 LS그룹이 추진했던 중복 상장이 성사되는 듯했다가 주주와 마찰 끝에 철회됐다. 상법 개정의 배경이 됐던 쪼개기 상장과 중복 상장은 결과는 같지만 과정은 다르기에 어디까지 허용될지 경계가 모호했다.
 
그러다 대통령이 중복 상장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하자,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구두 경고가 효력을 발휘한 거지, 상법이 막은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 적어도 이재명 정부 아래서는 논쟁이 되는 사안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시장 심리가 커졌고, 이런 신뢰감이 서학개미가 복귀하는 동력이 됐다고 본다. 장이 크게 열려 조정받는 족족 사들이는 대기수요가 쌓였다. 은행 예금을 빼서 주식에 투자하고, 부동산에 묶인 돈도 시장에 풀릴 조짐을 보인다.
 
한국 경제에 좋은 신호다. 이제 우량 기업은 여론을 두려워하지 말고 성장을 위한 유상증자도 하면서, 기업공개 한방에 의존하지 말고 자본시장을 건전하게 활용하길 바란다.
 
개정 상법 조항은 주주이익을 침해한 배임 사건에서도 회사이익에 부합하면 위법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이어지면서, 실제 효력이 입증되지 못하고 있다.
 
다음 타자인 자사주 소각은 작년 말 이뤄질 거라 예고하지 않았던가. 초안보다 누더기가 된 소각법안은 지선용으로 늦춰졌다. 변죽만 울리다가 총선용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최근 ‘상속세 이탈’ 가짜뉴스로 곤욕을 치른 대한상의는 이전에도 기업 규모 기준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거나 자사주 10% 이상 보유 상장사 62%가 소각의무를 반대한다거나, 수익성·성장성 좋은 기업에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등 과거 전경련 같은 자료를 내왔다.
 
요즘 증시 활황으로 이미지가 좋아진 경제권력이 언제든 정부를 흔들 수 있다. 그러니 대통령은 지지율이 높은 지금 이뤄야 할 과제들이 급하다고 여기는 게 아닐까.
 
이재영 자본시장정책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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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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