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국GM, 직영 AS 전면 폐쇄…차주들 '정비 난민' 되나

내수 점유율 1.1%…철수 명분 쌓기 의혹도
엔진·변속기 등 고난도 정비 가능성 낮아
중고차 가치 하락에 소비차 권익 뒷전

입력 : 2026-02-26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4일 16: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국GM이 전국 직영 서비스센터를 전면 폐쇄하면서, 차량을 구매한 차주들이 고난도 수리 거부와 중고차 가치 하락 등 막대한 실익 침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내수점유율이 1%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서비스질 개선 대신 정비 인프라부터 걷어내는 이번 행보는 적극적인 내수 관리로 고객 신뢰를 얻으려는 경쟁사와 대조를 이루며 '차만 팔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GM 직영정비 폐쇄 규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고난도 수리 '핑퐁 정비' 우려…"협력사는 한계 명확"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GM은 전국 9개 직영 정비센터의 운영을 종료하고 소속 직원 약 450명을 부평과 창원 공장 등으로 전환 배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측은 전국 380여 개 협력 서비스센터를 통해 고객 서비스 대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당장 엔진이나 변속기 등 고난도 정비를 받을 곳이 사라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는 숙련된 엔지니어가 상주하며 엔진이나 미션 등 고난도 정비를 전담해온 반면, 협력업체는 개인이 운영하는 정비사업체로서 직영 센터 수준의 고가 장비나 점검 장치를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차량의 경우 자율주행 보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된 전자화된 구조를 띠고 있어 일반 협력업체가 이러한 신기술을 수용하고 정비하는 데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엄상진 금속노조 한국GM지부 대외정책실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협력업체는 신차가 나오면 한국GM으로부터 일회성 교육을 받고 그칠 뿐, 직접적인 관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없다"면서 "특히 최신 기술이 적용된 차량의 경우 고난도 정비가 어려우며 차량에 맞는 장비와 기술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엄 실장은 또 "국내 380여개 협력센터 중 20여곳만 규모가 어느정도 있는 대형 AS센터이고 나머지는 매우 영세한 규모다. 이런 사업체들에게는 이용자가 적은 한국GM의 차량 정비에 필요한 장비나 부품을 갖추는 것은 중요도가 높지 않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엔진 관련 고장을 협력업체에 문의했을 때 "여기서는 볼 수 없으니 직영 센터로 가라"며 수리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 직영망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에서 협력업체가 수리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소비자들은 정비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정비 유목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한국자동차소비자협회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직영센터가 없어지게 되면 아무래도 품질 측면에서 격차가 크게 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차량 정비는 가능하겠지만 신차나 최신 기능의 경우 정비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는 소비자를 떠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AS 한계 이어 중고차 가치 하락도 '우려'
 
경제적 자산 가치 하락도 심각한 문제다. 직영 서비스센터는 한국GM의 직속망으로서 부품 수급의 핵심 허브 역할을 해왔다. 직영망 폐쇄로 부품 공급 체계가 외주화되거나 본사로부터 직접 공급받아야 하는 품목이 늘어날 경우, 단순 부품 하나를 기다리기 위해 수개월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는 소비자의 시간적 손실뿐만 아니라 차량 운행 불가에 따른 추가 비용지출로 이어진다.
 
브랜드 신뢰도 하락에 따른 중고차 감가상각 역시 피할 수 없는 피해다. 사후 서비스(AS) 망 축소는 해당 브랜드 차량에 대한 선호도 급락으로 이어져 중고차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된다. 신차 구입 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AS 편의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GM의 이번 조치는 기존 구매 고객들에 대한 배려가 전무한 일방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크게 줄어든 내수 판매량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2024년 대비 지난해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은 약 40% 급감했으며, 국내 완성차 시장 점유율은 1.1% 수준으로 5개 기업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판매 부진 상황에서 신차 투입보다 서비스 인프라를 먼저 축소하는 행보는 국내 사업장을 사실상 '소형차 수출 전용 기지'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노골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GM 생산 물량의 90% 이상은 미국 시장에 집중돼 있다. 내수라는 완충지대 없이 특정 시장 수출에만 올인하는 구조는 대외 변수에 극히 취약하며, 미국 시장의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본사가 한국 사업장에서 발을 뺄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비슷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내수 시장 회복을 위해 지속해서 신차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르노코리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한국GM은 올 들어 신차 3종 출시를 앞두고 있다. 다만 해당 차량들은 국내에서 연구개발(R&D)과 디자인을 거쳐 만들어진 모델이 아니라 GM 산하 브랜드인 GMC 모델로 국내서 생산되지 않고 전량 수입한다.
 
반면 르노코리아는 내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의 새로운 모델 '필랑트'는 전국 전시장에 입고된 지 약 열흘 만에 누적 계약 수 5000대를 돌파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해외로도 수출될 예정이지만 국내 시장에서 쏘렌토나 싼타페 등과 경쟁하며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자체적인 신차 개발 없이 직영 서비스망부터 축소하고 있어 실제 국내 사업 유지 의지가 있는지를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엄상진 실장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출시를 앞둔 차량은 국내에서 R&D를 하거나 디자인 및 생산을 한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며 "사측이 신차를 내놓는다며 국내에서의 사업의지가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직영 센터 폐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사측의 경영상 판단에 힘을 실어주었으나 노조는 이를 '전형적인 구조조정'으로 규정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 비대위는 사측의 재택근무 지시를 거부하고 지난 23일부터 기존 직영 센터로 전원 정상 출근하라는 투쟁지침을 내렸다. 노사 간의 팽팽한 대치 속에 정작 보호받아야 할 소비자의 편의와 안전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와 소비자 단체가 나서 한국GM의 일방적인 서비스망 축소에 따른 피해방지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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