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재추대 이어 '김여정 승진'…백두혈통 체제 공고화

당·군 아우르는 지배 구조 강화…상무위원회 통한 '세대교체'

입력 : 2026-02-24 오후 5:52:05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재추대된 데 이어,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장관급에 해당하는 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김여정은 향후 노동당 전문 부서를 이끌며 대남·대외 메시지 발신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큰데요. 이번 노동당 제9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씨 일가의 위상이 한층 강화되면서 백두혈통이 당과 군을 아우르는 지배 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23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제9차 대회 제1차 전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KCNA)은 김정은 총비서가 향후 5년간 국가 경제의 안정 공고화, 점진적인 질적 발전에 초점을 둔 전반적 목표를 제시했다고 24일 보도했다.(사진=신화.뉴시스)
 
김여정, '대남·대미 전략' 총괄 역할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현지시간) 김여정이 차관급인 노동당 부부장직에서 장관급인 부장으로 승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여정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복귀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내 전문부서의 부장을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여정은 그동안 선전선동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대남 메시지와 대외 전략을 총괄하는 역할도 함께 맡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여정은 지난 2020년까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이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후보위원 명단에서 제외된 바 있습니다. 이번 복귀로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의 입으로 불려 온 김여정은 꾸준히 대남·대외 메시지를 내 왔습니다. 특히 그는 한국과 미국을 향해 거친 언사를 통해 비난의 전면에 서왔습니다. 최근엔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교전국으로 정의하며 모든 연결고리를 끊는 논리를 주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가 그의 실질적 위상을 제도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직함과 무관하게 김여정은 이미 사실상 2인자에 해당하는 실권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백두혈통이자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그간 대남·대미 담화를 직접 발표하며 북한을 대표해 왔다"며 "실질적 권한에 걸맞은 직위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 교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직함보다 누가 실권을 행사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이번 인사는 그동안의 역할을 제도적으로 확인해준 성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여정이) 그간 맡아 온 역할과 대내외 메시지의 위상을 고려하면 오히려 그에 걸맞은 직함을 부여받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김여정의 담화는 곧 김 위원장의 메시지와 같은 수준으로 인식돼 왔다"며 "직함 없이도 높은 위상을 유지해 왔지만, 이번에 이를 제도적으로 정리해 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후계 구도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김여정의 역할과 위상을 명확히 하되, 후계 문제와는 구분 짓는 차원의 인사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김여정의) 그간의 역할과 능력을 인정받은 인사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김여정은 대남·대미 전략과 정상외교 국면에서 핵심 메시지를 조율해 왔다"며 "최근에는 후계 구도와 맞물린 선전 활동에서도 존재감을 보인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 "체제 관리, 집행력 강화"
 
김 위원장도 22일 이번 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총비서에 재추대됐습니다. 당대회 결정서는 김 위원장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강대성과 불패성을 대표할 유일한 분"이라며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전쟁 억제력이 비약적으로 제고됐다"고 밝혔습니다. 
 
당 비서국 비서는 기존 7명에서 11명으로 4명이 추가됐습니다. 중국과 당 대 당 외교를 책임지는 위치에는 김성남 당 국제부장이 임명됐습니다. 이밖에 김승두 교육상, 김정관 내각부총리, 안금철 금속공업상 등도 뽑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상무위)도 개편됐습니다. 상무위원회에는 기존 서열 2위였던 최룡해와 박정천, 리병철 등이 이번 당 중앙위원회 명단에서 배제됐습니다. 최룡해가 빠진 자리엔 박태성, 조용원과 함께 김재룡, 리일환이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상무위는 기존 4명 구도였지만 이번 당대회를 통해 5명(김 위원장 포함)으로 늘었습니다. 특히 지난 2019년 내각총리를 지낸 김재룡은 가장 먼저 부장으로 호명됐습니다. 향후 당 조직 전반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양 교수는 "일부 인사의 경우 세대교체 성격이 있다"며 "측근을 전진 배치해 통치 체제를 정비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당 조직과 선전 기능을 강화해 체제 관리에 방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습니다. 
 
고 교수는 "원로를 배려하는 구색 갖추기보다는 김정은 시대에 함께 손발을 맞춰온 인물들로 재편하는 흐름"이라며 "실행력과 충성도, 검증된 실무 능력을 기준으로 일할 사람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당대회 결론에서도 방대한 혁명 과업을 실행·조직·영도할 인물을 선출했다고 밝힌 만큼 체제 관리와 정책 집행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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