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점으로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내세워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인데요. 데이터 주권과 소버린 AI를 강조하는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 외 선택지로 우리 기업들과 협력하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부분입니다. 다만 국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우려도 뒤섞인 모습입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사우디의 대규모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인 '디리야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차 플랫폼을 포함한 통합 모빌리티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디리야컴퍼니와 이에 대한 유상 실증(PoC)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5월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7개월 만에 수출 성과를 낸 겁니다.
디리야 프로젝트는 사우디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인 '기가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디리야 주변의 총 14㎢ 부지가 개발 대상으로, 여의도의 20배에 달하는 면적에 최고급 리조트와 빌라, 쇼핑센터 등을 조성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주요 3개 구역에 5000대 규모의 주차장 솔루션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데이터 기반 수요예측을 통해 기존 주자창 인프라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앱과 실내 내비게이션, 발렛 전용 솔루션 등을 구축합니다. PoC가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디리야 전체 모빌리티 거점으로 솔루션 확대 적용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9월 카카오모빌리티 사옥을 방문한 디리야컴퍼니 관계자들이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스마트시티 개발 사업의 추가적인 협력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자율주행이나 배송 로봇 등은 하드웨어와 서버가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는 주차 풀스택 환경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계약에서 스마트시티 조성과 관련한 협력 가능성도 언급된 만큼, 디리야를 무대로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력을 선보일 기회를 갖게 됐다"고 했습니다.
네이버도 일찍부터 사우디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들에 적극 나섰습니다. 지난 2023년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NHC)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메카와 메디나 등 3개 주요 도시들에 대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완료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NHC와 현지 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을 설립했습니다. 네이버 이노베이션은 네이버의 지역 총괄 거점인 '네이버 아라비아' 산하의 첫 사업법인으로, 사우디 국민과 여행객들의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되는 지도 기반 슈퍼앱을 구축하고 운영합니다. 이를 통해 기존 디지털 트윈 기반 사업들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책 프로젝트의 특성상 장기적인 수익과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현지화 요구로 인한 기술 유출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국가적인 차원의 디지털 전환과 인프라 투자 상황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 대응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동 국가들이 AI와 데이터 등의 기술 주권을 중요하게 생각해 미국이나 중국의 글로벌 빅테크가 아닌 한국 기업들을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며 "국책 프로젝트 특성상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을 수 있단 점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중동 지역을 기회와 리스트가 교차하는 전략 지역으로 보고 정교한 현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