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외면받는 구리)③대관 필요성 커지는데…현실은 비용의 벽

철강보다 작은 산업 규모…정책적 관심도 자체가 낮아
철강산업 대비 작은 대관 조직력…의사 관철도 적어
이익 대비 비용 적은 현실에 대관조직 확충 현실적 어려움

입력 : 2026-03-05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6년 03월 3일 15:0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AI(인공지능) 시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금속은 구리다. 구리는 전력 인프라의 필수 소재로, AI 확산에 따른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안정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구리 생산과 공급망 확보가 전제돼야 하지만, 글로벌 구리 시장은 구조적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각국은 AI 패권 경쟁을 의식해 자국 구리 제련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AI 대전환을 추진하면서도 핵심 소재 산업에 대한 지원은 개별 산업의 책임으로 남겨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리 제련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 없이는 AI 시대로의 전환 역시 한계를 가질 수 있다. <IB토마토>는 AI 시대 구리 제련 산업의 중요성과 국내 지원이 부족한 배경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구리 공급망의 중요도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책이 추진돼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한 비철금속 업계의 대관 조직력도 강조되는 추세다. 다만, 대관 조직 유지에 드는 높은 비용과 산업 규모를 감안하면 업계가 독자적으로 대관 조직을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선제적인 정부 정책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리광산 사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철강보다 작은 산업규모…업계 의사 전달력 제한적
 
3일 업계에 따르면 구리 공급망 역량 강화를 위한 업계 요구가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재활용 구리 반출 근절이다. 국내 구리 업계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구리 금속 반출을 근절하기 위한 정책적 요구를 지속해왔다.
 
환경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순도 높은 구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리 재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다만, 중국으로 반출되는 재활용 구리는 지난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구리 확보 경쟁이 심화되면서 재활용 구리 역시 자원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업계는 구리 스크랩의 해외 유출이 공급망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의 입장이 정책에 미미하게 반영된 배경으로 대관 조직의 부재가 꼽힌다. 일례로 철강산업은 규모도 비철금속에 비해 월등히 클 뿐 아니라 대관 조직도 탄탄히 잘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은 K-스틸 지원법 입법화 과정에서 철강업계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관 조직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역시 대관 조직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정책으로 구현된 것도 이러한 대관 조직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철금속 업계의 대관 조직 역량은 철강에 비해 제한적이다. LS MnM과 고려아연(010130) 등 비철금속 업계 빅2 기업 중 대관 조직을 운영하는 업체는 고려아연뿐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희토류 확보전에 따라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면서 대관 조직을 확충했다.
 
구리 공급망 보호에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LS MnM은 그룹 차원의 대관 조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 대관 업무는 한국비철금속협회 등 유관단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개별 기업이 직접 조직을 운영하는 철강업계에 비해 의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업계의 대관 조직력 차이는 산업 규모에서 나온다. 지난해 포스코의 철강부문 연간 연결매출(43조5591억원)은 LS MnM, 고려아연, 풍산 등 국내 비철금속 대형 3사의 연간매출의 합(36조5720억원)을 능가한다. 실제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철강산업이 더 크다고 평가된다.
 
비철금속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비철금속 업계의 대관조직력이 철강에 비해 작기 때문에 정책에 업계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를 살리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실의 벽 높은 구리 업계의 의사 관철력
 
과거 대관 조직은 기업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인식되며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다만, 최근 구리 공급망이 국제적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며, 공급망 문제가 개별 기업의 역량만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환경이 도래했다. 대관 조직을 통해 정책에 업계의 의사가 반영돼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구리업계가 국내에서 독자적인 대관 조직을 꾸리기는 쉽지 않다. 관료 출신 인사 영입과 조직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산업 규모와 정책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투자 대비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라서다. 방산업체나 해외사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 집단이 아닌 이상 대관 조직 가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비용보다 적다.
 
구리가 전략광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AI 데이터센터 건설투자가 활성화된 이후부터다. 최근 구리 공급망에 대한 중요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러한 인식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유관부처가 합심해 재활용 구리를 자원화하기로 시작한 지 4년가량 흘렀지만, 재활용 구리의 자원화는 아직까지 더디다는 평가다.
 
아직 구리 스크랩에 대한 인식이 고철에 비해 낮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고철은 대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매입이 이뤄지고, 유통량도 구리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비교적 양성화된 산업으로 꼽힌다. 정책적으로 살펴볼 가치가 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반면 구리는 생산량 자체가 적어 산업이 양성화 정도가 낮다. 업계에서는 국내 구리 스크랩 발생량의 최대 40%가 세금계산서가 없는 지하 물량이라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해소가 정부의 선제적 정책 의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한 비철금속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그동안 비철금속 사업이 정책과 관련이 거의 없었던 분야였다보니 대관조직 구성 필요성도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관조직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앞으로도 현실적으로 이를 꾸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정준우 기자
SNS 계정 : 메일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