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지주들이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 연임을 잇따라 확정하면서 '2기 체제'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1기 체제에서 경영 능력을 보여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2기 체제에서는 보다 분명한 색깔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신한지주(055550)) 회장은 '리딩금융그룹(실적 1위) 탈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은 '종합금융그룹 도약'이 과제로 꼽힙니다.
신한·우리·BNK 회장 연임 '무난'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3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임종룡 회장의 연임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신한금융과
BNK금융지주(138930)도 오는 26일 주총을 열고 진옥동 회장과 빈대인 회장의 연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총에서 연임 안건은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특별결의'가 아닌 '보통결의'로 상정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회장 선임 절차의 엄격성을 주문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결의 도입은 주요 금융지주에 확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만으로 의결이 가능해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요 금융지주의 지분 7~9%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국민연금은 상당수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찬성 의견을 냈습니다. 임 회장과 빈 회장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진 회장 연임에 대해선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진 회장 연임에 대해 찬성 의견을 제시하면서 과거 최초 선임 때와 마찬가지로 연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연임에 성공한 회장들의 과제는 산적해 있습니다. 진 회장은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탈환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신한금융은 한때 업계 1위를 유지했지만 지난 2024년부터 KB금융에 밀려 2위로 내려앉은 상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비은행 부문 성장 급선무
지난 2024년 5000억원 안팎이었던
KB금융(105560)과 신한금융과의 순이익 차이는 지난해 기준 8700억원까지 확대됐습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KB금융의 시가총액은 54조6226억원으로 신한금융(42조5290억원)보다 12조원 많습니다. 리딩금융 탈환 핵심은 비은행 부문의 수익성 회복입니다. 지난해 신한금융 순이익 중 비은행 비중이 29.3%로 전년 24.1% 대비 5.2%p 상승했지만, 과거 40%를 넘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2030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임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전체 순이익 중 은행 의존도가 82%로 높은 구조를 갖고 있어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실적 순위에서도 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보험사와 증권사 등 비은행 계열사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향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임 회장 2기 체제에서는 지난해 인수한
동양생명(082640), ABL생명 등 두 보험사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금융이 2019년 2월 옛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2021년 7월 통합법인인 '신한라이프'를 출범했고, KB금융의 경우 2020년 8월 푸르덴셜생명을 13번째 자회사로 편입하고, 2023년 초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보험'을 공식 출범한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의 생보사 통합 작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그룹 포트폴리오가 '완전체'를 갖춰 주주환원 여력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12.90%로 올해 상반기 내 1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4대 금융지주 본점 건물 모습. (사진=각사)
경영승계 등 지배구조 개선 과제
빈대인 BNK금융 회장 역시 지역 기반 금융그룹의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연임에 나섭니다. 지방금융지주 특성상 성장 한계가 지적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과 사업 다각화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 눈높이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앞서 당국은 금융지주 전반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회장 승계 절차 공정성, 이사회 독립성, 성과보수 체계 손질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BNK의 회장 선임 절차를 포함한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검사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금감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BNK의 회장선임 절차에 의구심을 드러내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따라 BNK금융은 금융당국 TF 논의 결과를 정관에 최우선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CEO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도입 논의에도 나섰습니다. 사외이사 7명 중 5명을 교체하고, 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기존 1명에서 4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지배구조 선진화 흐름에 가장 빠르게 호응하는 금융지주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2기 체제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3기 체제를 앞두고 그간 구축한 경영 전략이 본격적으로 검증대에 오르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압박과 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 속에서 각 금융지주가 어떤 방식으로 경영 전략을 구체화할지 주목됩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리딩 경쟁, 비은행 확대, 글로벌 사업 등 핵심 과제에서 가시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면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며 "여기에 금융당국이 회장 3연임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을 추진하고 있어 당국 눈높이에 맞는 경영 승계 등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는 것도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