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선진화’ LG의 솔선수범…재계 확산 ‘주목’

구광모 회장도 의장직에서 물러나
총수 중심 이사회 구조에도 ‘반향’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는 흐름”

입력 : 2026-03-24 오후 1:34:13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LG그룹이 올해부터 각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을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독립이사)에게 맡기기로 하면서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흐름이 재계 전반에 확산될지 주목됩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재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온 총수 중심 이사회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2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지주사인 LG는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논의합니다. 구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왔는데, 이번 이사회를 끝으로 의장직을 내려놓습니다. 구 회장은 대표이사 회장으로 향후 경영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독립 구조로 전환한다는 방침입니다.
 
LG그룹은 올해 LG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선임하는 절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날 LG전자는 첫 사외이사 출신 이사회 의장으로 강수진 사외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 교수)를 선임했고, 지난달 LG화학(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LG디스플레이(오정석 서울대 경영학 교수), LG에너지솔루션(박진규 고려대 기업산학협력센터 특임교수), HS애드(강평경 서강대 경영학 교수) 등을 잇달아 의장에 선임했습니다. 이에 앞서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은 지난 2022년 선제적으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바 있습니다.
 
이번 LG그룹의 개편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온 재계의 관행을 깨고 이사회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조치라는 평가입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선제적으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한 사례로 판단한다면서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외이사 의장 체제는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 상충을 방지하고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명한 지배구조로 평가 받습니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대표이사와 의장의 분리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태지만 한국 기업은 신속한 의사결정 등을 이유로 대표이사의 의장 겸임 기조를 고수해 왔습니다.
 
이에 이번 LG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사례가 재계 전반으로 확산할 지도 이목이 쏠립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지배구조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현황 및 시사점자료를 보면 비금융 상장사 501곳 중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곳은 13.4%(67)에 불과합니다. 일반 사내이사가 의장직을 맡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 10곳 중 9곳가량의 대표이사가 이사회 수장으로 사실상 스스로를 견제·감독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강화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LG그룹의 이번 개편이 재계 총수 중심 이사회 구조 변화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주요 그룹 중에서는(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신제윤 사외이사), SK(김선희 사외이사), 포스코홀딩스(권태균 사외이사) 등 기업이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반면, 현대차(정의선 대표이사), 롯데지주(이동우 대표이사), 한화(김우석 대표이사), HD현대(권오갑 대표이사) 등은 대표이사가 의장직을 겸직합니다. 이 중 HD현대의 권오갑 명예회장은 조만간 열릴 주주총회를 끝으로 의장직에서 물러납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사회는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을 못 하도록 해야 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총수들이 소유를 통해서 기업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진이 지배주주의 이익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맡는 것만으로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는 흐름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일반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임원 보수 결정, 감사 등의 기능을 갖는 이사회 소위원회도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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