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격화로 치닫던 전쟁 양상이 공격 유예로 돌아섰지만 두바이유가 아시아 시장 기준유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두바이유와 유럽·아프리카 시장 기준유인 브렌트유 가격차가 이란 사태 발발 직전 때보다 급격히 벌어지면서 사실상 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사태가 4개월간 장기화될 경우 상방 압력은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4일 국제금융센터(KCIF)와 외신 등의 분석을 보면,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112.19달러로 사태 발발 직전인 지난 2월27일보다 54.8% 급등했습니다. 두바이유는 같은 기간 68.4달러에서 134.1달러로 96.1% 폭등했습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가격차만을 놓고 보면 -0.6달러에서 +21.9달러로 대폭 늘어난 겁니다. 두바이유는 지역·거래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나 아시아 시장에 대표적인 기준 유가로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당시 미주를 대표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양호한 생산과 재고 증가에 따라 100달러를 하회하는 등 46.7%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경이적 수준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두바이유 선물지수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격차는 3배 이상 더 벌어진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날 오전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169.75달러로 사태 발발 직전(71.24달러)보다 약 138.3% 급등했습니다. 브렌트유는 100.06달러로 38.1% 상승한 수준입니다.
두바이유와 브렌트유의 가격 차이가 배럴당 69.69달러로 벌어진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통행이 차단되자, 이란 사태 직전의 정상 범위(-0.6달러)와 달리 두바이유는 벤치마크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더욱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종결 시점에 따라 두바이유 상승폭도 예사롭지 않을 전망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4월 종결을 가정할 경우 유가는 배럴당 160달러까지 치솟습니다. 이후 완화 시점은 하반기 80~90달러선이 예상됩니다.
반면 봉쇄가 6월 말까지 4개월간 장기화될 경우 6월 피크 시 가격은 배럴당 179달러까지 치솟으며 공급 부족분이 일일 692만배럴에 달할 전망입니다. 연간 평균 유가는 107.1달러에 이른다는 예측입니다. 봉쇄 4개월 지속에 따른 공급 부족 누적·전략 비축유 소진 가속도 상방 압력을 극대화합니다. 봉쇄 기간이 2배로 늘어난 공급 차질 심화는 정상화에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태환 에너지연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현행 대응 조치의 실효성을 지속 점검하되, 봉쇄 장기화에 대비한 추가 방안의 선제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정 수송로에 대한 공급 집중의 구조적 취약성이 재확인된 만큼 중장기 에너지 안보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습니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시 재정 부담에 따른 지속가능성 저하, 시장 가격 왜곡, 에너지 소비 비효율 확대 등의 부작용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각국의 재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원유 수급에 총력하고 있는 정부는 에너지 절약에도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에너지 절약 핵심은 공공기관뿐만 아닌 민간의 에너지 캐시백 확대와 자발적 절약 참여를 유도하는 단계입니다. 아직 원유 관련 자원안보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라 공공기관 차량 5부제(전기·수소차 제외)를 시행하나 원유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경계' 경보 발령 때에는 민간도 의무화하는 안을 검토 중입니다.
차량 요일제는 1차 석유파동 직후와 1990년 걸프전(민간도 의무 시행), 1998년 외환위기(10부제 자율 운영) 가동한 바 있습니다.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고리2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계속운전 허가'가 날 경우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재가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24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