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위 설명 부실"…여야, 상장형 벤처펀드 법안 제동

과세 기준·투자 구조 뒤엉켜…속기록서 드러난 정책 설계 허점
세제·거래 기반 없이 출발…시장 신뢰 흔들린 BDC
정부 대응 지연·정책준비 부족 이어지자 보신주의 개선 비판도

입력 : 2026-03-24 오후 5:52:56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배경에는 세제 구조와 상품 설계에 대한 핵심 설명 누락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도 시행(17일)을 하루 앞둔 국회 논의 단계에서 투자 대상과 과세 기준 등 주요 조건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으면서, BDC 관련 세제 지원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금융위원회의 대응 지연과 정책 준비 부족으로 주요 금융 법안의 국회 논의가 공전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공직사회의 행정적 보신주의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BDC는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상장형 공모펀드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개인 투자자 참여를 늘리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특히 성장 단계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벤처기업에 투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이 반영됐습니다.
 
24일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지난 1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속기록에 따르면 BDC 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제도 시행 하루 전 금융위원회의 설명 부족 속에 보류됐습니다. 그간 금융위는 법안 처리 지연의 배경으로 국회 상황을 언급해왔지만, 이번 속기록에서는 논의 초기 단계부터 설명 부족이 핵심 쟁점으로 작용했던 사실이 확인됩니다.
 
논의 과정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 대상과 투자자 범위, 금융소득종합과세 해당 여부 등 세제 핵심 조건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어떤 투자자가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등 기본적인 세제 적용 기준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비상장 지분 투자 중심인지, 대출 투자까지 포함되는지 등 상품 구조 역시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세제 적용 기준과 투자 구조가 함께 설명되면서 투자 조건과 상품 구조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이 같은 혼선 속에 논의가 중간중간 끊기는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설명을 정확히 해달라"고 지적했고 정태호 의원은 "구별해서 설명해달라"며 세제와 상품 구조를 나눠 설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어 "지금 답답해 죽겠다"고 말하며 핵심 조건이 빠진 설명 방식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 과정에서 일부 누락이 있었다"고 말하며 세제 적용 기준과 상품 구조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음을 인정했습니다.
 
소위원장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설명 체계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통상 이런 사안은 정부 측에서 준비를 많이 해서 답변이 제대로 나와야 되는데 오늘은 위원들이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는 듯한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 측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위원들이 모두 동의해서 통과시키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안 보류를 결정했습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린 BDC 제도는 지난 17일부터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출범 초기부터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세제 혜택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되면서 '반쪽 출범'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실제 거래를 위한 시스템 역시 완비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투자 유인책으로 제시된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가 국회에서 보류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졌습니다. 국회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 평균 기업공개(IPO) 소요 기간은 14.9년에 달하는 반면 BDC의 세제 혜택은 한시적으로 설계돼 벤처 투자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초기 BDC 수익 역시 채권 등 안전자산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세제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프라 구축 역시 미완성 상태입니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까지 관련 시스템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상장 이후 거래 기반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증권사별 전용 계좌 체계 구축이 필요한 만큼 실제 투자 접근성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BDC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BDC 도입 이후 실제 투자 자금 유입 규모가 관건"이라며 "유동성과 세제 인센티브 등 자금 유입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설명 부족과 정책 준비 미흡 문제는 BDC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 주요 정책의 국회 논의가 지연되는 가운데, 정무위원회에서도 금융 법안 처리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금융위원회를 향해 "가서 빌더라도 어떻게 좀 해보라"고 언급하며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가 막은 것이 아니라 금융위가 스스로 막은 정책에 가깝다"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정책은 결국 시장과 국회 모두에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융위원회.(사진=금융위원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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