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자본' 카카오페이에 CBDC 유통까지?

입력 : 2026-03-25 오후 4:00:59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국은행 주도로 추진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전략에 중국 앤트그룹 내 핀테크 계열사 알리페이(Alipay) 2대 주주인 카카오페이가 얽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은과 카카오페이의 최근 행보를 두고 중국의 CBDC 전략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가 자금 흐름이 외자 영향권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됩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CBDC의 본격적인 상용화 검증을 위한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테스트에 착수했습니다. 예금토큰을 은행 계좌와 연동해 온·오프라인 결제와 이체를 구현하는 실거래 실험으로,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진행된 1단계 이후 잠정 중단됐다가 재개됐습니다. 
 
1단계에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IBK기업·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참여해 발행·유통·환수 전 과정을 점검했습니다. 실거래 파일럿에는 8만1000명이 참여하고 거래는 11만4880건을 기록했지만, 낮은 활용도로 실효성 논란이 남았습니다.
 
2단계에서는 경남은행과 iM뱅크를 추가하고 전자지갑 간 송금, 생체인증, 자동 입·출금 기능 등을 도입했습니다. 예금과 예금토큰 간 자동 전환을 통해 결제까지 연결하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과 바우처 등 공공 재정 영역으로 적용 범위도 확대했습니다. 여기에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이 한은 총재로 지명되면서 CBDC 중심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더해집니다.
 
이처럼 CBDC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공공 재정과 결제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는 국면에서 유통 채널을 누가 쥐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 플랫폼과의 결합 여부에 따라 자금 흐름의 가시성과 통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관련 한은의 실증 사업에 참여했었던 카카오페이의 역할 확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신원근 대표 연임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TF(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공동)를 가동하고 매주 전략회의를 열며 디지털자산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존 선불충전 결제 시스템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할 경우 2030년 예상 운용수익만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디지털자산 시대 최대 수혜주로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다만 지배구조를 둘러싼 우려는 여전합니다. 알리페이 싱가포르홀딩(Alipay Singapore Holding Pte. Ltd.)은 2022년 6월 카카오페이 주식 500만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수해 34.72% 지분을 확보했고, 현재(올해 1월 기준) 약 27.07%를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최근에도 잔여 지분이 3657만7072주로 늘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는 앤트그룹(Ant Group)과의 연결 고리가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경쟁사인 토스가 앤트그룹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거리두기에 나선 것과 대비됩니다. 토스는 2023년 중국 앤트그룹이 재무적투자자(FI)로 나서 토스페이먼츠 지분 38%를 약 1000억원에 매입해 주요주주에 올랐습니다. 그러다 지난 1월16일 앤트그룹이 보유했던 토스페이먼츠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중국 자본과 멀어졌습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알리페이·위챗페이 유통망 기반으로 위안화 디지털화폐(e-CNY)을 확산시켰던 전략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보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지분 관계나 중국 정부와 CBDC 유통을 전담한 알리페이의 운용 성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한국에서도 중앙은행 중심으로 카카오페이가 CBDC 유통을 담당하는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는 사안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에서 유통하는 화폐가 민간 플랫폼과 결합할 경우 자금 흐름에 대한 통제와 감시 범위가 확대될 있습니다. 플랫폼에서 중앙 발행의 CBDC 결제와 자금 흐름을 관리하는 만큼 거래 내역 추적도 용이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우려는 과거 정보유출 논란에서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부터 2024년까지 4045만명 이용자의 개인신용정보 542억건을 별도 동의 없이 알리페이에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5년 1월 59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금융감독원은 2026년 2월 129억7600만원의 과징금과 4800만원의 과태료, 기관경고를 조치했습니다. 디지털화폐 환경에서 동일한 구조가 반복될 경우 자금 흐름 정보까지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경계감이 커지는 배경입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은 실물화폐 불신으로 인해 플랫폼 의존도가 높다"면서 "신용 체계가 발달한 한국이 리스크 있는 민간 플랫폼(카카오페이)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기엔 구조적 차이가 뚜렷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내 신용카드나 실물화폐 신용도가 높고 활용도가 높은 상황에서 굳이 CBDC를 도입해 또 다른 통화 유통망을 구축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카카오가 중국과 가깝다 보니까 알게 모르게 (화폐나 결제 측면에서) 중국에 종속되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며 "중국에서 자금 흐름을 들여다볼 뿐만 아니라 우리의 독자적인 금융상품이나 운용 테크닉에 이르기까지 금융 전반에 걸쳐 종속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알리페이 QR코드 인식 안내판(왼쪽)과 카카오페이 팝업스토어. (사진=신수정 기자, 카카오페이)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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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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