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올해 국내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됐습니다. 개정 상법 시행 전 마지막 정기 주총으로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가운데, 올해 주총의 핵심 키워드로는 인공지능(AI), 중동, 주주환원이 꼽힙니다. 기업들은 중동발 리스크로 인한 경영 환경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고 AI를 중심으로 한 미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상법 개정 등 영향에 따른 주주환원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평가입니다.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7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HD현대를 마지막으로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정기 주총이 마무리됐습니다. 주요 기업들은 올해 주총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과 역량 강화 등을 주요 의제로 내세우며 미래 성장 의지를 다졌습니다. 미래산업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AI를 적극 활용해 관세와 중동 전쟁 등 대외 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타개하겠다는 포석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종합 AI 반도체 솔루션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제품과 서비스 혁신으로 AI 전환기를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반도체 사업을 전담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세트 사업을 맡고 있는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은 AI 적용 제품을 확대하는 등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AI 기반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SK하이닉스도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순현금 100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AI 기술 고도화와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재무 체력을 확보해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입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실적 대비 배당이 저조한 상황에서 막대한 현금 보유 기조를 비판하는 불만이 나왔지만,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하겠다며 달랬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주총에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현대차는 현지생산과 지역별 특화상품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핵심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통상 환경과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입니다. LG그룹도 빠른 인공지능 전환(AX)을 통해 미래 체력을 기르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만의 독자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사업의 AX를 가속해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 가겠다”고 했습니다.
중동발 경영 환경 불확실성 극복도 주총장 주요 화두였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관세와 중동의 지정학적 이슈로 인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 대응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취지입니다. HD현대는 중동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스크 전담팀’을 신설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장기계약’을 통해 예측 가능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올해 주총은 노란봉투법과 개정 상법 시행 등 제도 변화 시기와 맞물렸던 만큼 주주환원과 정책에 대한 기업의 전향적 입장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오랜 기간 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문제를 안고 있던 포스코그룹은 올해 주총에서 문제 해결 의지를 밝혔습니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에 대해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며 “조만간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밖에 개정 상법 영향에 따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대규모 주주환원책과 사외이사 의장 체제 등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변화도 잇따랐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은 상법 개정으로 인해 과거와는 다르게 주주환원과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주총이 이제 진짜 주주들을 위한 행사로 가는 흐름이 나타나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올해 주총은 개정 상법 시행 전 열리는 주총으로 관심이 모였는데, 기업들이 상법에 대해 크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또한 AI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이 확실히 늘어난 점과 이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변화도 이번 주총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