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의혹)보수성향 사장님들 정치성향도 바꿨다

자포자기 속출하는 가운데 시민단체 만드는 경우도

입력 : 2012-02-08 오후 2:52:30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키코(KIKO) 사태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삶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한 사장님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던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어떤 사장님은 키코사태를 통해 사회문제에 눈을 떠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보수정당지지 철회한 사장님
 
중소기업의 대표를 맡고 있는 A씨는 키코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A씨는 "키코사태가 일어난 후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면서 "정권을 어느 쪽이 잡는가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피해보상정책을 내놓는 쪽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랑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왕년에 사장이었는데 이렇게 길거리에 나와 얘기하게 될 줄 몰랐다'고 푸념하는 사장님들이 많다"면서 "사장님들이 대부분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을 띄고 있었는데 정치적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 금감원과 공정위 등 권력을 가진 기관들이 하나같이 은행편을 드는 현실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힘을 느꼈고,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이 그들과 한통속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키코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2008년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4년여가 흐른 지금 정치권에서 키코는 '잊혀진 추억'이다.
 
◇키코 피해 입고 시민단체 만든 사장님
 
수출 잘하기로 유명한 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B씨는 키코로 인해 큰 피해를 입자 길거리로 나섰다. B씨는 길거리에서 피해를 호소하면서 사회현실에 눈을 떴다.
 
B씨는 "기업체가 이렇게 피해를 입었는데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다. 기업이 이런 상황인데 일반 개인들의 고통은 말로 다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사회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B씨는 키코 사태 이후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수익추구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면서 '금융소비자협회'라는 시민단체를 결성했다.
 
금융소비자협회는 현재 투기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에 반대하는 '여의도를 점령하라' 운동, 저축은행사건 피해자 위자료 청구소송 지원, 각종 세미나 개최 및 파산회생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금융소비자를 지원하고 있다.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 지쳐버린 키코 피해자들
 
키코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현재 많이 줄어든 상태다. 이미 많은 중소기업체가 키코로 인해 폐업을 했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피해 복구를 위해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서도 무혐의 처리된데다가 법원 판결도 일방적으로 은행의 손을 들어준 현실에 자포자기한 경우도 많다.
 
김 사무처장은 "요즘 집회의 힘이 많이 빠졌다. 키코 사태가 터진 직후처럼 2000명, 3000명이 모여 집회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어 "키코 사기 은행을 처벌하고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 우리의 모토"라면서 "우리를 위한 지원책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여의도를 점령하라’ 팀 등과 함께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08년 7월말 키코 공동대책위에 가입한 242개사의 손실이 2조 2398억여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공동대책위는 가입 피해기업의 종업원수가 약 3만1316명이며 피해기업 가입사 242개사 중 50여개사가 이미 부도가 났거나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200여개의 피해기업이 현재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며 이중 1심에서 170개사 패소하고 36개사 기업만이 일부인용(10~50%)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패소한 기업 중 70여개사는 항소를 포기했고, 130여개사가 항소심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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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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