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유헬쓰·뷰티·관광산업 ‘눈부신’ 성장

[기획특집]100세시대 우리는 준비됐나
안티에이징 화장품·도심형 소형 실버주택 '주목'
시니어 전용 복합문화공간도 '눈길'

입력 : 2012-08-23 오후 5:30:28
 
[뉴스토마토 류설아·김나볏·최승근·한승수기자] 
#두 명의 자식을 모두 출가시킨 58세 신숙희(가명)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기초화장을 한 후 눈가 주름을 개선해주는 기능성 화장품을 바른다.
아침 식사 후 종합비타민과 관절에 좋은 글루코사민 등의 영양제도 복용한다.
첫째 딸의 자녀를 돌봐주고 있는 신씨는 6살짜리 손녀를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동네에 있는 종합문화센터에서 수영 강습을 받는다. 오후 하원하는 손녀와 함께 백화점 문화센터로 이동한다. 손녀는 발레와 영어스쿨에서, 신씨는 재테크 관련 강좌를 듣는다. 문화센터 강좌가 끝난 후 다음달 손녀가 배우면 좋은 교육이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고 백화점에서 간단한 쇼핑과 저녁 ‘장’을 본다.
신씨는 주말이면 자식들이 선물해준 브랜드 등산복을 입고 등산장비를 착용하고 남편과 함께 서울근교에 있는 산에 오른다. 1년 한두 번 정도는 손주들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이나 역사문화 기행 프로그램에도 참여한다.
 
 
이제 오래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건강하고 아름답게 노후를 즐기는 문제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세대 가운데 인구수가 많은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50대 이상 시니어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통계청의 2010년 가구주 연령대에 따른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부동산과 전월세 보증금을 제외한 50대 가구의 자산 총액이 가장 크고 소비지출 비중 역시 22.5%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기존산업 성장률은 4.7%인 반면 실버산업은 12.9%로 성장폭이 두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니어비즈니스는 금융산업, 여가산업, 의료보건 관련 산업, 주거관리산업, 노인용품판매산업 등으로 나뉜다.
 
다양한 분야에서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기존 노인층과 다른 경제적 영향력과 소비 성향을 나타내면서 향후 시니어비즈니스의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안티에이징 화장품·젊은 감각 패션제품 선호
 
최근 실버산업 중에서도 화장품과 패션 등 뷰티 부문이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경제력을 갖춘 뉴시니어층의 소비 활동 동기를 '젊음', '향수', '자아'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꼽고, 실제 연령보다 젊어지려는 '다운에이징(down-aging)'이 주요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화장품 대기업들은 발빠르게 시니어층 공략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중장년층을 겨냥해 론칭한 '설화수'가 지난해 연매출 7700억원대를 돌파하며 메가 브랜드로 등극했고, LG생활건강(051900)은 지난 2009년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전용브랜드를 내놨다.
 
실제로 연간 6조원 규모의 화장품 산업에서 안티에이징 제품은 매년 30% 이상 가파른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패션 시장도 시니어 시장에 대한 차별화된 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성 패션 브랜드 르베이지는 30대 감성의 디자인을 내세워 뉴시니어 시장을 공략해 매출이 2009년 120억원에서 2010년 3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50대 상품만큼 고급스러우면서도 30~40대 상품처럼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스타일로 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등산을 즐기는 노인층을 겨냥해 좀 더 밝고 강한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선보이는 스포츠레저브랜드도 유사 전략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옥션과 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도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몰을 마련했다. 특히 생필품과 건강 관련 제품뿐만 아니라 뷰티, 의류, 스포츠레저용품 등의 카테고리까지 구축했다.
 
시니어 세대들이 외모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총 생산액은 1조3682억원으로 ‘10년 대비(1조671억원) 대비 28.2% 증가해 연평균 20%대 후반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특수용도식품 등을 포함한 고령친화 식품산업 시장은 2007년 3조3982억1200만원 규모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10년 4조8989억5200만원 규모로 44.2%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고령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고령친화 식품산업 시장이 2015년에는 9조128억원, 2020년에는 16조5810억원 규모로 확대되는 등 연평균 13% 이상 성장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모태산업인 식품산업의 성장률 8.9%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무장애 설계주택·도심형 소형 실버 주택 등 주목
 
주거문화와 관련 사업 역시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변하고 있다.
 
지난 1960~1970년대 ‘집의 소유 여부’, 1980~1990년대는 ‘어떤 곳에 사는가’가 주거의 기준이 됐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사는가’가 주거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특히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심화됨에 따라 은퇴 후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가계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실버주택과 고령자용 맞춤 주택개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택의 경우 노인편의시설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가정 내 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무장애 주택으로의 개조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에는 전원형 실버주택보다는 서울 도심 실버주택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가족들의 방문이 쉬운데다 대형 의료시설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또 여가·문화·대중교통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주거비용을 최소화하고 생활자금 축적을 위해 아파트보다는 거주 환경이 우수한 단독주택을 찾는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4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공시가격을 살펴보면 공동주택은 전국 평균 4.3% 오르는데 그쳤지만 단독주택은 전국 평균 5.28%나 상승하면서 투자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 '갈증' 푼다..시니어 전용 복합문화공간 각광
 
시니어 문화콘텐츠 분야도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이 큰 베이비붐 세대로 인해 성장 전망은 밝다.
 
시니어 세대에게는 노인복지 목적의 시니어센터나 실버클럽 같은 곳이 아니라 비용이 조금 들더라도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곳, 혹은 또래들이 모이는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이 아닌 공공영역에서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송파구청의 경우, 현재 베이비붐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복합문화공간'을 건립 중이다.
 
송파구청의 시니어 복합문화공간은 노인일자리 창출을 전담하는 시니어 클럽, 건강관리에 중점을 두는 데이케어센터와 웰니스 클럽, 여가를 즐길 문화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 외에, 시니어들의 숨겨진 욕망에 따르는 산업들도 전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니어 산업으로 분류되는 크루즈 여행만 하더라도 제대로 즐기려면 춤과 와인, 영어를 배워야 하며 패션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업기회가 발생할 수 있다.
 
시니어 가족들도 시니어 문화사업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자녀 결혼, 손주 교육 문제가 모두 시니어 문화사업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주와 함께 가는 미국 동북지역 교육여행 상품 등이 좋은 예다.
 
조한종 퓨처모자이크연구소 이사는 "먼저 고령화를 경험했던 선진국을 통해 성공과 실패 사례를 조사해보고 우리 정서와 문화, 소득수준에 맞는 것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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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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