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규모 국민보고대회 개최..촛불집회도 참석

김한길 대표 등 민주당 행사 직후 대부분 시민사회 촛불문화제 참석

입력 : 2013-08-03 오후 8:35:2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대선 개입 국정조사 파행에 맞서 사흘째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 및 국가정보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했다.
 
이날 청계광장은 민주당 행사 직후 284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5차 촛불집회도 예정되어 있어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주최측 추산 1만5000명. 경찰 추산 3000명)이 참석했다.
 
 
112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보고대회 전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돋우었다. 최민희 의원은 "만약 미국 CIA가 대선 때 댓글로 오바마를 도왔다면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버티고 있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뉴욕타임즈>가 CIA 해체하라고 외쳤다면 버틸 수 있었겠냐"면서 "우리 언론이 그러는 것을 볼 수 있나. 이런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말이 되느냐"고 언론의 행태를 지적했다.
 
중년의 한 남성 시민은 민주당에게 "적당히 하면 여러분이 우리들의 돌팔매를 맞을 수 있다"면서 "시민들과 함께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석현 의원은 "원판(원세훈·김용판) 나와라. 복제판은 필요 없다", "김세(김무성·권영세) 나와라. 김새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영교 의원의 사회로 시작된 국민보고대회는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으로 막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국정원을 개혁하자", "민주주의 회복하자",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선 개입 사건을 홍보하는 동영상을 시청한 후 김 대표는 "금쪽 같은 주말 오후에도 우리는 쉬는 시간을 포기하고 광장에 모였다. 단 한 가지 이유,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주신 모든 분들께 존경을 바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기문란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명령"이라면서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국조에 핵심 인물조차 증인으로 불러내는 것을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국조가 며칠도 남지 않은 때에 여름휴가 운운하며 서울을 떠나버렸다"면서 "이것은 야당과 국회, 국민, 민주주의, 역사를 우롱한 짓이라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고 동의를 구했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정원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국민 앞에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1야당 민주당의 대표로서 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다. 사전조율, 의전은 필요 없다. 언제든 어디서든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이 엄중한 정국을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회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여러분들과 우리가 함께 있을 때, 그때가 희망"이라는 도종환 의원의 시낭송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진상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국정조사를 파국으로 내몰았다"며 "진실을 가리기 위해 온갖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 원내대표는 "핵심증인은 빼돌려가며 아예 국조판을 깨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면서 "어떤 도움도 국정원에게 안 받았고, 정녕 부끄러움이 없다면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각 해임하고 국조를 정상화 해줄 것을 강력히 박 대통령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민주당은 지난 대선 결과에 승복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의 민주주의 파괴행위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무대에 올라 '아침이슬'과 '일어나', '상록수' 세 곡을 열창해 눈길을 끌었다. 촛불집회 시간이 다가오면서 현장에 모인 시민들의 숫자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이 감지됐다.
 
MBC 출신 신경민 최고위원과 박영선 의원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톤으로 국민보고대회 대미를 장식했다. 박 의원은 "조중동 추산 500명이 모인 대회"라고 자평했다.
 
신 최고위원은 "여러분의 목소리가 하나로 뭉쳐져서 청와대로 전달이 될 것 같다"면서 "제 전망은 틀린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
 
민주당은 국민보고대회 직후 김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촛불집회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행사에 쓰였던 민주당 깃발은 내려진 상태지만 사실상 시민사회와 결합한 셈이다.
 
 
그러나 이날 열린 민주당과 시국회의의 행사는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 2만5000여명이 몰린 것에 비해선 참여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적어 보였다. 서울광장에 비해 협소한 청계광장의 장소적 요인과 절정에 달한 휴가철 등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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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