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박중훈, 감독으로서 내딛은 첫 발

"배우 출신 감독은 칼의 양날 같았다"

입력 : 2013-09-26 오후 1:48:36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1985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마누라 죽이기', '투캅스', '라디오스타', '해운대' 등 약 28년간 굵직한 영화들의 주인공으로 살아온 배우 박중훈이 영화 '톱스타'의 감독으로 새로운 인생의 첫 발을 내딛는다.
 
"예전부터 막연하게 영화 한 편 꼭 찍어보고 싶었다"는 소망을 가져왔던 박중훈은 오는 10월 24일 '톱스타' 개봉으로 그 꿈을 실현시킬 전망이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톱스타'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중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엄태웅, 소이현, 김민준이 참석했다.
 
감독으로서 얼굴을 내민 박중훈은 낯설고 어색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우로서 자리에 참석한 것은 수 십번이 넘지만 감독으로서는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박중훈 감독은 "배우와 감독의 가장 큰 차이는 책임감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배우는 한 가지만 깊게 파면 되는데 감독은 여러가지를 많이 봐야한다"며 "처음 감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dl 우려를 많이 했다. 감독으로서의 역량에 의구심을 많이 가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흔한 얘기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두려움을 갖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중훈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톱스타'는 연예계 스타들과 드라마 혹은 영화 관계자들의 감춰진 어두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28년이라는 연기 경력에서 묻어나오는 연예계의 진짜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이 출연한다.
 
아무리 감독이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치더라도, 배우 출신 입봉감독이라는 시선은 그에게 부담일 수 밖에 없었다.
 
박 감독은 "감독한다고 했을 때 양날의 칼 같았다. 박중훈이라는 배우를 믿어주기도 했지만, 그 경력이 방해가 되기도 했다. 찍기 전 내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고, 후배 연기자들이 배우 출신 감독 앞에서 연기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또 내가 감독한 영화를 엄격하게 보는 시선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모니터 앞에서 직업병처럼 같이 연기를 하다보니까 에너지를 두 배 세 배 이상 뺏긴 것이다. 반면 배우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알고 있었던 것은 큰 도움이었다. 내가 카메라 앞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배우들과 교감에서 경력이 더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박 감독의 말에 배우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엄태웅은 "영화 시작하기 전에 같이 영화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약속을 하셨다. 그 약속 중에 안 지켜진 약속이 없다. 일사분란한 상황에서 판단도 빠르고, 빨리 찍어야하는 급한 상황에서 모든 콘티를 머리에 입력하고 감정을 살리면서 스케줄을 마무리 짓더라. 농담 삼아 연기가 안되서 감독하냐고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치켜세웠다.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점은 카메오 배우들을 섭외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안성기, 김수로, 엄정화 등을 비롯해 이금희 아나운서, 류승완 감독 등 다양한 인물들이 '톱스타'에서 얼굴을 비춘다.
 
박중훈은 "대단한 배우들을 조그만 역할에 나와달라고 하는 건 어쩌면 결례다. 하지만 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진짜 모습을 요청했다. 아나운서에게는 아나운서를, 감독에게는 감독 역을 부탁했다. 내게는 그 존재감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박중훈이 감독으로 데뷔하는 시기에 맞춰 배우 하정우도 영화 '롤러코스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다. 하정우와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선·후배 관계에 놓인 그의 심정은 어떨까.
 
박 감독은 "대학교 후배이기는 한데 만난 적은 없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를 보고 정말 흡입력 있고 명석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감독할 수 있는 배우가 감독을 한다는 건 나한테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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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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