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사의에 포스코 '비상'..정준양 '사면초가'

입력 : 2013-11-04 오후 5:01:17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지난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정작 위기감은 포스코쪽에서 증폭되고 있다. KT(030200)처럼 정권 교체기마다 회장이 바뀌는 수난사를 겪어왔던 포스코(005490)로서는 이번 사태를 받아들이는 긴장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정준양 회장(사진) 교체 시나리오는 이석채 회장의 사의 표명과 함께 다시 부상했다.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정 회장의 퇴진을 압박할 만한 비위 혐의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제보와 고발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여기에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통해서도 혐의를 뒷받침할 내용들이 추가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국세청은 포스코건설 등 포스코 계열사의 이상거래 현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제이엔테크 등 이명박 정부와 가까웠던 기업들에게 특혜로 의심할 만한 수혜가 집중된 것으로 판단하고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포스코는 정기 세무조사 차원이라고 강변했지만 정 회장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세청이 칼을 빼들었다는 해석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된 데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와 포항 포스코 본사, 광양제철소 등 3곳에서 동시다발로 조사가 진행됐다. 통상 정기 세무조사가 5년 간격으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2010년에 이어 3년 만에 국세청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한 점도 이례적이다.
 
청와대의 말을 들어보면 더 직접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뉴스토마토>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 포스코는 크게 신경 쓰고 있질 않다”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신경 쓰는 대목’은 이석채 KT회장으로, 그의 버티기에 청와대의 진이 빠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다만 "정준양 회장이 이석채 회장을 보면서 희망(?)을 갖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갈등이나 마찰 없이 잘 매듭짓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정 회장 역시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를 사실상의 사의 표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정준양 체제에서 포스코가 본연의 경쟁력과는 무관한 사업 확장으로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되는 등 실적이 추락했다’며 경영 자질을 크게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청 공히 포스코의 추락을 정 회장 책임으로 돌리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일체의 대외적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증언이다. 한 관계자는 “전 정권 사람으로 찍힌 터라 정권교체를 전후해 갖가지 얘기들이 돌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도대체 언제까지 정권교체기마다 숨죽이고 살아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세계철강협회장에 피선되면서 한숨 돌리나 했더니 부질없는 기대였던 것 같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포스코는 또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 일원에 정 회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유럽시장 진출 초기 단계라서 신청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속내는 청와대가 정 회장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굳이 ‘끼워넣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수장의 체면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만찬과 8월 청와대에서 열린 10대그룹 총수 오찬간담회, 그리고 9월 박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을 수행하는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일제히 제외되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전임 포스코 회장들 교체 때마다 검찰이나 국세청이 동원된 점도 포스코를 불안케 하는 요소다. 포스코는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현재 제7대 회장인 정준양 회장에 이르기까지 교체에 앞서 검찰 조사나 세무조사를 받는 등 압박에 짓눌렸다. 민영화가 된 이후에도 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역대 회장들 중 임기(연임)를 정상적으로 마친 경우는 없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하에서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5년 3월까지다. 은근히 기대했던 바람막이(이석채)가 사라지면서 정 회장의 고민도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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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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