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세수펑크)③추경으로도 못 지운 MB정부의 흔적

입력 : 2014-02-12 오후 1:58:5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는 '범죄'로까지 평가받는 '고의불용'이라는 편법을 동원했지만 결과적으로 11조원에 가까운 세수구멍을 메웠다는 점에서 안도했다.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은 지난 10일 2013회계연도 총세입·세출부 마감 직후 "재정당국의 입장에서는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다. 상당한 규모의 세입부족상황에서 무난하고 무리없이 재정을 운영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판단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간과돼 있다. 바로 지난해 4월에 있었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이다.
 
◇추경으로 12조 구멍 메우고도 또 11조 구멍
 
정부는 지난해 4월에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추경을 국회에 요구해 관철시켰다.
 
외형적인 명분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으니 경기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질적인 명분은 세입예산이 생각보다 훨씬 덜 들어올 것을 대비해 세입목표를 줄이고자 함이었다.
 
2012년 정부는 2013년 경제성장률을 4%로 추산하고 세입을 책정했는데 2013년 1분기까지 분기성장률은 8분기 연속 1%대에 머물렀다. 당장 세수부족이란 뜨거운 불이 발등에 떨어진 것.
 
추경논의가 불거진 지난해 3월말 당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이른바 한국판 '재정절벽'을 선언하면서 대규모 세입경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사진)은 "(지난해) 과다 계상된 세입을 현실에 맞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며 "눈에 보이는 세수결손을 방치하면 금년 하반기에는 소위 말하자면 한국판 재정절벽도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세입경정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News1
 
MB정부에서의 실정을 부각시키면서 이 기회에 재정부담을 털고 가겠다는 의도였다.
 
실제로 지난해 추경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17조3000억원의 70%에 달하는 12조원을 세입경정에 사용하도록 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추경은 5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사실상 세수보전을 위한 세입추경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4월 추경으로 12조원이나 덜 걷어도 되도록 세입목표를 감액해줬는데도 8개월이 지나고 보니 실제 연간세입은 11조원이 더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실질적인 세수구멍은 추경을 하지 않았다면 발생했을 12조원과 추가로 발생한 11조원을 합한 '23조원'인 셈이다.
 
◇MB정부 억지 균형재정 목표가 세수구멍 키워
 
전체 국세세입예산의 10%에 육박하는 23조원이나 되는 구멍은 왜 발생했을까. 청와대도 인정했듯이 지난 정부에서의 과다계상이 주된 화근이었다.
 
임기말인 2012년, 경제상황에 따라 정부의 경기예측이 급격하게 변했지만 '균형재정'이라는 MB정부 유일무이할 정책성과를 놓치기 싫어서 재정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정부는 4%성장을 기반으로 2012년 경제정책을 수립, 2012년 말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2012년 6월에 3.3%로, 그 해 12월에는 2.1%로 성장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정부가 고집을 부리지 않고 성장률을 수정한 것은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성장률만 수정하고 재정정책은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2조원 수준의 세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 재정학계의 판단이지만 정부는 경제성장이 세수입에 큰 영향이 없다는 '궤변'을 늘어놨다.
 
2012년말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을 비롯해 기재부 고위관료들은 "성장이 반드시 세수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 세수입 목표치를 수정하지 않았고, 야당의 추경요구도 "필요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문패를 바꿔달자마자 입장을 뒤집고 대규모 추경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자료=기획재정부)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기관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균형재정 목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설정했던 재정목표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재정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곪았던 것이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수입 부족과 세계잉여금 적자라는 결과를 확인한 야당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단행한 감세철회를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해의 경기하락으로 올해 역시 재정적자가 불 보듯이 뻔하다. 이제 재정건전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 재벌 감세 철회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국가재정이 파탄나고 있는 상황에도 재벌들에게 과도한 세금혜택을 부여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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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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