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고아성·김유정·김향기..'우아한 거짓말'의 빛나는 배우들

입력 : 2014-02-25 오후 6:24:18
◇김희애-고아성-김향기-김유정 (사진제공=무비꼴라쥬)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내가 연기를 제일 못한 거 같아."
 
데뷔 30년차 여배우 김희애가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보고 한 말이다.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너무 빛나는 연기를 해줘서 감동 받았다고 해야 할까. 옆집 총각 유아인 마저도 연기가 정말 좋았다"고 말한 뒤 취재진을 향해 "우리 배우들 정말 빛나는 보석 같지 않나요?"라며 눈물을 닦았다.
 
연출을 맡은 이한 감독은 "연기 제일 잘 하셨어요"라며 김희애를 다독거렸지만, 김희애의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후배 연기자인 고아성과 김유정, 김향기에 대한 감동이 컸던 듯 싶었다.
 
취재진에게 영화를 선공개하고 출연 배우 및 감독의 촬영 소감을 들어보는 '우아한 거짓말' 언론시사회가 25일 오후 2시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한 감독을 비롯해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가 참석했다.
 
이날 김희애는 고아성과 김유정, 김향기를 바라보며 "감동을 준 연기였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진짜 엄마 같은 그의 모습이 딱딱한 분위기인 기자간담회까지 부드럽게 만들었다.
 
극중 김희애는 딸의 죽음에도 당차게 세상을 살아가려는 현숙을 맡았다. 억척스럽고 슬픔을 잊은 듯이 살아가려고 하지만, 문득 문득 다가오는 슬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김희애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슬플 때 울지 만은 않을 것 같고, 현숙은 생활도 해야 하는 여자라서 추스려야 했다. 마냥 슬픔에 머무를 수 없었다"며 "실생활하면서 꿋꿋하게 참는 것으로 엄마의 슬픔을 배가 되게 보인 것 같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희애는 이한 감독에게 고마움을 수차례 전달했다. 김희애는 "이런 캐릭터는 처음본다. 사실 어떻게 다가가야하나 걱정이 많았었다"면서 "감독님이 감정이 풍부하다. 내 감정을 잘 컨트롤했고,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고아성은 이번 작품에서 무뚝뚝하고 시크하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만지를 연기했다. 무뚝뚝한 행동 안에서 숨어있는 잔정이 묻어있는 캐릭터다. 이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고아성의 연기를 두고 "엄청난 포스를 지닌 배우"라는 칭찬이 이어졌다. 김희애의 눈물이 납득이 가는 연기였다.
 
고아성은 "원작 소설이 캐릭터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컸다. 작가님이 만지는 눈물이 끝까지 차 있고 담담해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작 '괴물'과 '설국열차'에서 남자배우들 틈바구니에서 막내였던 고아성은 이번 작품에서는 엄마와 여동생들과 줄곧 촬영했다.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 예상했다.
 
고아성은 "영화에서 엄마를 만난 건 처음"이라며 "행복했다. 예쁜 동생들이랑 촬영하는데 이 작품하면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여유가 너무 없었다. 동생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거 같아서 후회된다"고 말했다.
 
김유정은 나쁘지만 나빠보이면 안 되면서도 복잡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화연 역을 통해 악역에 첫 도전하게 됐다. 천지(김향기 분)를 괴롭히면서도 천지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화연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어떻게 캐릭터를 구축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유정은 "화연이라는 애가 어떤 애일까라는 점에서 많이 생각했다. 내 주변 친구들이나 반 아이들 중에 화연의 외로움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에게 많이 조언을 구했다"며 "화연이 생각하면 눈물도 많이 나고 슬프다"고 밝혔다.
 
이날 취재진의 눈길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배우는 김향기였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천지가 가진 슬픔을 대사, 말투, 표정 등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했다. 어려운 연기였을텐데도 가장 그 인물 같은 연기를 펼쳤다. 여기저기서 극찬이 이어졌다.
 
김향기는 "천지는 겉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속이 깊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캐릭터로 여겼다"며 캐릭터를 연구한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영화를 정의했다.
 
"자신을 복 받은 감독"이라고 표현한 이한 감독은 "배우 하나 하나 최선의 연기를 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이 감독은 "슬픈 일이 있어도 마냥 슬플 것만 같지 않은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희망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그런게 살아가는 거 아닌가. 그런 드라마를 그리고 싶었다"고 영화를 연출한 의도를 설명했다.
 
'우아한 거짓말'은 친구들로 인해 상처를 받은 14살 소녀 천지가 아무말 없이 세상을 떠난 뒤 남은 엄마 현숙과 언니 만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오는 3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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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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