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1분기도 '선전'..규제의 덫 '풀다'

입력 : 2014-06-02 오후 2:26:06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주요 제약사들이 1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 기조를 이어나갔다. 일괄약가인하의 후유증은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시장형실거래제 시행이라는 유탄 또한 피하게 되면서 불황에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 타 업종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은 1분기 매출액 2258억원을 기록, 매출액 기준 제약사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수치로, 유한양행은 올해 연간 매출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0년 넘는 제약산업 역사상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0억원, 당기순이익은 30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3%, 6.1% 증가했다. '트윈스타(고혈압)', '트라젠타(당뇨병)', '비리어드(B형간염)' 등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마케팅에 따른 시너지 덕분이다.
 
녹십자(006280)는 1분기 전년 동기보다 11.3% 오른 199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89억원, 당기순이익은 3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2%, 62.0% 늘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의 급증이 눈에 띈다.
 
녹십자는 올 초 세계보건기구 산하 기관의 국제기구 입찰에서 수주한 독감백신 수출과 혈액분획제제 플랜트 태국 수출에 따른 이익으로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백신 명가로서의 위력을 또 한 번 발휘한 가운데, 일동제약에 대한 M&A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으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 들었다.
 
대웅제약(069620)은 1분기 매출액 1695억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25억원으로 1.7% 소폭 증가했다.
 
매 분기 17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렸던 효자품목 '올메텍'이 1분기 100억원에 그쳤고, 대표품목 '우루사'가 효능 논란에 휩싸이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10% 넘는 영업이익 급감의 결과로 나타났다. 
 
동아에스티(170900)는 1분기 매출액 14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지주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분할한 것을 고려하면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110억원을 기록했다.
 
동아제약을 계열사로 둔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1분기 매출액은 330억원으로, 이들 매출액을 더하면 동아쏘시오그룹은 유한양행, 녹십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종근당(185750)이 1386억원, 한미약품(128940)이 1370억원의 1분기 매출액을 기록하며 매출액 기준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제일약품(002620)은 1분기 118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54.9% 급감했다.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을 유통하는 상품 매출 비중이 자사 제품보다 많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광동제약(009290)은 매출액 1105억원, 영업이익 9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7%, 21.0% 증가했다. 지속적인 식품 부문의 성장에 따른 것으로, 이 부문의 매출액은 전체의 약 70%인 777억원에 해당한다. 특히 생수시장 1위인 삼다수의 활약이 눈에 띈다.
 
JW중외제약(001060)은 1분기 93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주력 제품의 선전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37% 오른 77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무려 120% 급증한 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동제약(000230)은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874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매출액 기준 상위 10위권 막차를 탔다. 영업이익의 경우 36.0% 감소한 34억원으로, 이에 대해 일동제약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15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하는 등 R&D 투자를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매출액 순위 20위권 제약사 중 보령제약(003850)은 763억원(13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대원제약(003220)은 421억원(18위)으로 19.7% 오르는 등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보령제약은 신약 '카나브'의 활약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881.6% 급증한 52억원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대부분 상위 제약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2분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졌다. 증권가는 2분기 상위권 제약사들의 매출액은 10%, 영업이익은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제약업계는 1분기 실적 개선이 표면적인 수치에 불과하며, 약가인하 정책 등 시장을 위축시킬 요인을 극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정책을 의식한 전략적 엄살로도 읽힌다.
 
한 관계자는 "처방약 부문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어 매출의 증가세가 예전보다 못하다"면서 "약가인하가 계속해서 적용되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으므로 다른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10대 제약사 1분기 실적(단위:억원). (자료=금융감독원,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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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