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구호·성과 없는 금연정책..야금야금 커지는 흡연율

입력 : 2014-06-03 오후 4:33:34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흡연율을 낮춘다며 공중이용시설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담배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담뱃값 인상 검토 등을 추진했지만 정작 우리나라 금연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을 금연구역으로 만든다는 요란한 구호만 내세운 채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한 셈. 흡연율 감소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금연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1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흡연율은 43.7%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여성의 흡연율은 7%대 안팎으로 증가세고 청소년 흡연 역시 16.3%를 기록해 10명 중 1명꼴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이후 국내 흡연인구 추이(자료=통계청)
 
올해초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흡연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후두암에 걸릴 위험이 6.5배 많았고 폐암은 4.6배, 식도암 3.6배였다. 또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허혈성심질환 위험도가 2.2배, 뇌졸중 위험도가 1.6배 높았다.
 
보건당국은 흡연에 따른 이런 건강보험손실액을 연간 1조7000억원으로 추산했고 경제적 피해는 수십조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건당국은 금연구역 지정확대 등을 통해 어떻게서든 흡연율을 낮추려고 애쓰지만 도무지 흡연인구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에 대해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연정책은 금연구역 설정을 빼면 2005년 이후 큰 변화가 없다"며 "담배가격, 경고문구, 금연치료 등 다양한 금연정책의 현 수준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OECD 27개국 중 25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히지만 우리나라는 2004년 담뱃값을 2500원으로 올린 후 현재까지 한번도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흡연자들의 반발과 저소득층의 부담, 물가상승 등을 우려해 담뱃값 인상을 미룬 것이다.
 
박근혜정부만 해도 출범 직후 담뱃값을 5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고 여당 등 정치권도 담배가격 인상론을 제기했지만 본격적인 담뱃값 인상안 검토는 나오지 않았다.
 
ⓒNews1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삽입하는 건강경고 정책도 취약했다. 경고그림 시행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비준국이 의무사항으로 2008년까지 담뱃갑 면적의 50%를 경고그림으로 채우게 됐지만 우리나라는 지난달에야 경고그림 용역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정영호 연구위원은 "흡연율 감소를 위해 국가가 분명한 책임감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며 "담뱃값 인상과 금연치료 지원금 강화 등 적극적인 가격정책과 능동적인 비가격정책을 통해 흡연율의 폐해를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건보공단이 KT&G(033780) 등 국내 담배업체를 상대로 낸 담배소송도 복지부는 팔짱만 낀 채 소송에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소송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김남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흡연이 각종 질병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만 흡연에 따른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없다는 게 현실"이라며 "국가가 입법적 방안이나 흡연 피해자의 손해를 직·간접적으로 구제해 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금연정책 지수와 흡연율 관계(자료=한국보건사회연구원)
◇체코, 그리스,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미국, 포르투칼, 스위스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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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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