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Talk)초보 아빠의 눈물겨운 '워킹대디'

입력 : 2014-08-07 오전 9:50:37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퇴근 직후 집으로 갔습니다. 제겐 생후 삼칠일이 지나지 않은 아들 '꾸루'(태명)가 있기 때문이죠. 오후 6시 서울 을지로에서 칼퇴근했으나, 경기도민인지라 실질적 퇴근까지는 두 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광역버스 운전기사님이 입석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더 늦었을 겁니다.
 
집 도착 후 허겁지겁 저녁을 혼자 차려 먹고 나니 오후 9시 무렵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 품에서 똥 냄새가 나더군요. 얼마 전 꾸루의 기저귀를 직접 갈면서 맡은 그 냄새였습니다. 아내는 나름 '도시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옷에 똥이 묻은 지도 모를 정도로 힘든 것 같았습니다. 가슴이 아렸습니다. 아내의 몸에 물은 이미 묻혔으니 적어도 똥 냄새는 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아내에게 했더니 비웃음을 샀습니다. 알고 보니 아내 품에 똥이 묻은 게 아니라 모유가 곧 꾸루의 똥이 되므로 이런 오해가 생긴 거였습니다.
 
샤워한 뒤 꾸루를 안았습니다. 윗옷을 벗고 서로 피부를 맞대면서 '캥거루 케어(Kangaroo Care)'도 시도했습니다. 순조로웠습니다. 꾸루가 갑자기 울었습니다. 온몸을 비비 꼬면서요. 아내 품에서 나던 그 냄새가 녀석의 다리 사이에서…. 기저귀를 찾았습니다. 기저귀를 담은 봉지가 비어있었습니다. 다시 사러 가보니 70매 들어있는 게 2만2000원이었습니다. 똥·오줌 한번에 314원꼴이군요. 아내는 "똥만 하루에 8번 싼다"고 말했습니다.
 
꾸루의 몸을 감싼 겉싸개와 속싸개를 벗기고 기저귀를 봉인 해제했습니다. 기저귀를 꾸루의 엉덩이 밑에서 뽑아냈습니다. 닦아냈습니다. 그때 따뜻한 물방울이 제 머리를 적셨습니다. 꾸루의 오줌이었습니다. 기저귀를 바꾸자마자 꾸루는 똥을 또 쌌습니다. 그리고는 울었습니다. 비웠기에 배가 고픈가 봅니다. 아내의 모유를 담은 젖병을 가져와 다시 안았습니다. 꾸루가 제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갓난아기를 안으면 녀석의 입이 저의 중요한 포인트에 닿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같은 줄 알았나 봅니다.
 
젖병은 10분 정도 꾸루의 입에 물려 있었습니다. 배가 불러 기분이 좋아졌는지 꾸루는 잠이 들었습니다. 그걸로 하루가 끝난 줄 알았습니다. 꾸루는 1시간 뒤에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수유 그리고 똥과의 전쟁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젖을 수시로 짜내지 않으면 젖몸살은 물론 유선염에 걸릴 위험도 있습니다. 아내는 24시간 이런 과정을 겪습니다. 남편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내 혼자 견뎌야 합니다.
 
저는 그러나 퇴근 후 2시간을 달려간 뒤에야 아내를 도울 수 있습니다. 한때 아내의 체온은 39.9도까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모유를 제때 짜내지 못해 생긴 젖몸살 탓입니다. 젖몸살의 고통은 출산할 때 만큼 아프다고 합니다. 모유를 짜내는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아이들은 자주 울고 먹고 쌉니다. 세탁할 옷도 많죠.
 
이런 일은 젊은 부부들에게 특이한 사례는 아닐 겁니다. 남편들의 경우 아내를 본격 돕기 위한 육아휴직은 언감생심, 육아를 일부라도 지원하기 위한 칼퇴근이라도 가능하면 다행이지요.남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3%를 겨우 넘고,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깁니다. 아이의 조부모가 육아를 도울 수 없다면 부모는 월급에 육박하는 돈을 써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도시로 집중된 상황에서 육아 부담을 가족과 분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2030 세대의 부모들인 5060 세대는 노후 준비가 미흡해 은퇴를 포기하고 일터로 나가야 하는 현실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2명이 만나 1명도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고 둘째는 포기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어도 잘 낳고 잘 키웠다. 한때다'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세상에 머물러 있을 건가요. 세상은 좋아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군대도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가고 대부분 견뎌낸다지만, 크고 작은 것들이 개선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얼마나 많습니까. 더군다나 영유아 양육환경을 개선하면 세계 최하위권인 합계출산율도 상승할 겁니다. 출산율 제고는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급감에 저성장 위기까지 직면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획기적 정책이 절실한 때입니다. 힘든 엄마들을 위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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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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