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공론화委에 `진정한 공론화 돼야` 청소년들 일침

청소년, 미래세대 공론화 참여 권고안 작성.."비용보다 공공안전 더 중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평균 연령 57세..미래세대 의견 반영 미흡

입력 : 2014-08-25 오전 10:19:0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사용후핵연료는 미래세대가 짊어질 문제인데 정작 논의과정에 청소년은 배제됐다", "사용후핵연료에 알고 싶지만 공개된 정보도 적고 정부의 홍보 역시 부족하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논의 과정을 국민들에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 - 8월23일 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 4차 워크샵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세우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원전과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짊어질 청소년들은 논의에서 배제됐다. 이에 청소년들은 미래세대가 공론화에 참여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만들어 공론화위원회에 전달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이런 문제는 논의하는 '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청사공)이 주관하는 청소년 워크샵이 열렸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 주관 청소년 워크샵에서 청소년들이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
 
◇미래세대 "100년간 안전성 가장 중요"..이해관계자 눈치 보는 어른들과 대비
 
이번 행사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과정에 청소년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13세~18세 청소년 1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오리엔테이션을 연 후 매주 토요일마다 모임을 가져 총 4번의 워크샵을 열었다.
 
청사공을 기획한 이보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오늘이 마지막 워크샵"이라며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모아 미래세대의 요구사항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소년들은 미래세대가 우선시하는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준을 제시했다. 이들은 '단기적 공공안전'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꼽았다.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고 100년 동안은 아무 걱정이 없이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비용'은 순위가 가장 떨어졌다.
 
이런 결과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론화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사용후핵연료 처리과정과 처리장 선정·비용 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과는 상반된다. 어른들이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볼 때 미래세대는 공공 안전을 추구해서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공론화위원회 위원인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가 참석해 청소년들에게 공론화위원회의 회의 과정을 설명하고 미래세대의 의견을 들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열린 '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 주관 청소년 워크샵에서 청소년들과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소년 참여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사업단)
 
김 교수는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워크샵이 진짜 공론화"라며 "원전과 사용후핵연료는 어느 나라나 논란이고 해결책을 찾기 어렵지만 핵을 쓴 어른들과 이를 처리해야 할 미래세대의 관점은 서로 다를 것이기 때문에 마음껏 의견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소년들은 공론화위원회에서 속기록이 제때 공개되지 않고, 위원회를 구성에서 청소년 참여가 배제된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또 앞으로 논의에서는 미래세대를 참여시켜 줄 것과 공론화위원회가 더 적극적인 홍보와 정보공개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청사공 장록현(17세)군은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가 부실해 정보를 주로 인터넷 검색에 의존한다"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국민 인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공론화 과정에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평균 연령 57세..공론화 과정에서 동원 논란도
 
이처럼 청소년들이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참여를 직접 요구하고 나선 것은 공론화위원회 운영을 포함해 이 문제가 철저히 '어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위원회에 참여한 13명의 평균 연령은 57세로, 10대인 미래세대와는 40살 넘는 나이 차이가 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위원 명단(자료=산업통상자원부)
 
이러다 보니 청소년들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되기는커녕 무시되기 일쑤다. 더구나 공론화위원회 위원들이 저마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 속하는 사람들인 탓에 원자력발전소와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비교적 관대한 사회의 보수적 시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사실 공론화위원회의 인적 구성은 위원회는 출범 때부터 논란이 됐었고 급기야 애초 구성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던 환경운동 시민단체 위원 2명이 자진 사퇴했을 정도다.
 
미래세대 역시 공론화위원회 인적 구성을 비판했다. 청사공 류호두(17세)군은 "공론화위원회에 들어간다면 위원회 구성 문제부터 제기하겠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모으려면 여러 계층과 성별, 나이의 사람들이 모여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론화위원회 내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나왔다. 김창섭 교수는 "공론화위원회 구성원들은 정부의 위원회 출범 발표 전까지 본인들도 거기에 들어가는지 몰랐다"며 "미래세대가 배제된 공론화위원회는 우리 사회가 겪는 세대갈등의 한 모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공론화위원회는 형식적으로는 미래세대와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듣는 모습을 취한다. 전국 대학생들과 토론회를 하고 군부대나 주부 대상 강연회, 지역별 타운홀 미팅 등도 열면서 이른바 '찾아가는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에도 그렇게 홍보한다.
 
하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시각이 엇갈린다. 공론화위원회가 인원을 동원한다는 주장인데, 이보아 연구원은 "공론화위원회가 토론회 참가자에게는 15만원권 문화상품권을, 일반 참석자 3만원권 문화상품권 주는 등 전형적인 동원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닌 게 아니라 공론화위원회가 말하는 방식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됐다면 국민 대다수는 벌써 사용후핵연료에 높은 이해도를 가져야 하지만 정작 위원회 자체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7명은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제대로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깜깜이 국책사업 벌이는 공론화위원회..청사공 "시즌2 준비할 것"
 
청소년들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모임 내용을 만만히 볼 게 아니다. 청사공은 지금까지 공론화위원회가 비공개로 처리한 위원회 속기록도 공개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정부 권고안을 만들기로 하고 각종 회의를 진행했지만 그간 내부 규정상 속기록 공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청사공은 사용후핵연료 관련 토론회와 공청회 등에도 참여했고 일부는 토론회 패널로 직접 나서 미래세대의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참여를 주장했다. 4차 워크샵에 참석한 김창섭 교수 역시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해수준이 높다고 감탄했다.
 
특히 이들이 제시한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준은 사용후핵연료 처리과정·방법 선정에만 골몰해 사회적 수용성과 공공안전을 소홀히 했던 정부의 입장에 변화를 이끌만하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청사공의 권고안의 내용과 메시지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김창섭 교수가 청소년들의 의견을 위원회 논의 때 적극 반영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지만 권고안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성이 없는 문서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보아 연구원도 권고안이 수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했지만 계속 모임을 기획해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초보단계지만 이런 활동들이 국가에너지정책을 바꾸는 맹아로 작용해야 한다"며 "청사공 시즌2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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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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