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을 살려라"..예산확보 특명에 지방세 신설까지

입력 : 2014-11-13 오후 6:32:15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무상보육 논란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이 새삼 주목받는 가운데 지자체마다 지방재정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섰다. 마침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터라 아예 국회에 예산 로비를 벌이거나 지방세 신설을 검토 중인 곳도 있다.
 
13일 전국 주요 지자체에 따르면 각 지자체장들이 지방재정 확보 특명을 내렸다. 부산과 대구, 인천, 울산 등의 여당 지체장들은 지역구 의원들과 당정협의를 열거나 곧 열 계획이다. 지자체는 이 자리를 빌어 국회에 예산확보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부터 여·야는 그동안 지적받은 쪽지예산(예결위 의원들끼리 지역구 예산편성을 부탁하는 쪽지를 주고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지양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지자체마다 예산확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종 머리싸움을 구상하고 있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차라리 당정협의는 공식적인 로비"라며 "지역 관광단지 시찰 등으로 의원들을 부른 뒤 지자체장이 직접 예산지원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13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News1
 
지자체가 예산확보를 위해 동원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인맥 활용이다. 국회의원 출신인 지자체장은 본인이 직접 국회 인맥을 활용해 예산편성에 매달리는가 하면 부산시와 인천시, 전남도 등은 아예 정부 관료들을 시정에 참여시켜 예산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 부산시는 기재부 기획조정실장과 새누리당 전문위원을 지낸 김규옥씨를 경제부시장으로 영입했고, 배국환 전 기재부 제2차관은 인천시 정무부시장으로 갔다.
 
또 전남도는 우기종 전 통계청장을 정무부지사에, 울산시는 이태성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을 경제부시장에, 광주시는 기재부 출신인 우범기씨를 경제부시장으로 임명했다. 
 
예산확보 로비전 대신 정공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방세 신설이다.
 
기재부와 통계청 등의 자료를 보면, 지자체 예산은 2008년 125조원에서 2013년 157조원으로 25% 증가했지만, 여기서 지자체의 자체수입(지방세+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58.9%에서 55.6%로 줄었다. 반면 중앙 보조금은 19%에서 21.8%로 높아졌다. 
 
중앙재정에 대한 지자체 예속이 더 심해진 것인데,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방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필요성으로 지방세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광고세를 신설을 논의 중이고 제주도는 입도세(入島稅), 강원도와 충남도는 관광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와 중소 시·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오병기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정사용액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중앙과 자체가 사실상 절반씩 재정운용을 하고 있지만 최근 5년간 국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지방세 비중은 줄었다"며 "새로운 지방세원 발굴을 통한 재정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기대만큼 지방세 신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조세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정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지킨다면 현행법에서는 지자체가 자체적인 권한으로 세목(稅目)을 신설할 수 없다. 지자체가 지방세를 만들려면 정부와 입법부부터 설득해야 하는 셈이다.
 
입법부를 넘더라도 지방세 신설에는 또다른 장벽이 있다. 바로 '증세논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줄곧 "증세는 없다"고 천명한 탓에 지방세 법제화에 대한 국민 반발이 큰 탓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새로운 세목 만드는 것보다 기존 지방세의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게 더 쉽다"며 "국회나 입법부도 지방세 신설에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오병기 연구원은 "지자체의 세입분권 확대와 세수 확보를 위해 헌법과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을 개정하고 지자체의 과세 자주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법정외세 성격의 특별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입법조사처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 조세법률주의는 이중과세를 막는 효율성이 있으며, 관광세 등은 자칫 국세인 부가가치세나 특별소비세와 중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상보육 논란을 거치며 지자체 재정난이 새삼 관심을 끌면서 지자체는 예산확보와 지방세 신설에 대한 명분을 충분히 얻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처럼 예산확보 로비전이 심해지면 지방정치는 중앙에 종속되고 실제 경제적으로도 그런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으므로 지방세 신설을 통해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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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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