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쥐꼬리 지원금에서 위약금 폐지까지

정부 소집·아이폰6 출시 계기로 서비스 경쟁 강화

입력 : 2014-11-19 오후 6:25:52
[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단통법 시행 직후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 공시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던 이동통신 3사가 점차 상품·서비스 혜택 범위를 넓히고 있다.
 
폐지론까지 제기됐던 단통법을 최대한 '보완'해 시장에 안착시키겠다는 정부 의지에 이통사도 보조를 맞추고 있는 가운데,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경쟁으로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를 얼마나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단통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 10월1일, 이통 3사는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도 10만원대를 넘지 않는 짠 지원금을 공시해 초기 혼란을 부추겼다. 소비자와 유통점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며 단통법 폐지론까지 거론됐고, 당국자인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국감에서 강한 질타를 받았다.
 
이후 정부의 업계 관계자 소환, 아이폰6 국내 출시 등이 변곡점이 되며 이통사들의 신규상품 출시, 서비스 확대가 이어졌고, 최근 이통 3사는 위약금 폐지와 지원금 확대 등의 방안을 잇달아 내고 있다.
 
◇1차 변곡점, 정부의 업계 소집..KT 순액요금제·SKT 가입비 폐지·LGU+ 단말 선보상
 
이통 3사의 단통법 대책 마련을 촉발시킨 1차적인 계기는 미래부·방통위의 업계 관계자 소환이었다. 지난 10월17일 미래부·방통위는 이통사와 제조사 대표들을 소집해 단통법을 되살릴 수 있는 강력한 대책 마련과 실천을 촉구했다.
 
이후 1주일이 채 되지 않은 10월22일 KT(030200)가 먼저 '순액요금제'를 골자로 하는 고객 혜택 강화 방안을 내놨다.
 
순액요금제는 약정을 해야 받을 수 있었던 할인금액만큼을 애초에 기본료에서 낮춘 상품이다. 기존에는 약정계약을 해야 기본료를 할인받고,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할인받은 금액을 위약금으로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위약금 폐지 효과가 있는 것.
 
KT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지난 11월12일부터 '올레 순액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출시 이후 신규가입 고객의 약 70%, 요금제를 바꾸는 기존 고객의 약 60%가 이 요금제를 선택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017670)이 가장 먼저 내세운 대책은 '가입비 전면 폐지'였다. 2015년 9월 이동통신 가입비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정부 계획보다 약 10개월 앞당겨 10월31일부터 정책을 시행했다.
 
또 고객이 신규가입·기기변경 이후 180일간 동일한 요금제를 유지하면 이후 요금제 하향 변경에 따른 할인반환금을 면제시켜주는 '프리미엄패스'를 출시해 역시 위약금 부담을 일부 완화토록 했다.
 
LG유플러스(032640)도 가입 당시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하면 요금제 변경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식스플랜'을 선보인 한편 '제로클럽'이라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에 단말 선보상 열풍을 일으켰다.
 
(사진=방송통신위원회)
 
◇2차 변곡점, 아이폰6 국내 출시..선보상 경쟁·출고가 인하
 
이통사들이 1차 대책을 내놨을 때만 해도 정부 압박의 결과라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아이폰6의 국내 출시를 전후로 이통사들의 자발적인 서비스 경쟁이 한층 강화됐다.
 
특히 처음으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LG유플러스의 선보상 프로그램 등은 경쟁사들의 마케팅 경쟁에 불을 붙였다.
 
LG유플러스의 '제로클럽'은 18개월 뒤 휴대폰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가입 시 공시 지원금과 기존에 쓰던 단말기의 중고폰 보상금에 미래 발생할 신규폰의 중고 가격을 선보상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이 프로그램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경쟁사들은 18개월 뒤 중고가격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나 사실상의 공짜폰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게 되자 곧 SK텔레콤의 '프리클럽', KT의 '스펀지 제로 플랜' 등 유사 서비스가 나왔다.
 
또 이전까지만 해도 비인기 기종이나 24개월이 지난 단말기에만 지원금을 상향 조정하는데 그쳤던 이통사들이 아이폰6 출시에 가까워지며 최신 단말기에도 지원금을 싣기 시작했다.
 
(사진=LG유플러스)
 
◇단통법 안정화 국면?..대란 일으킨 이통사, 서비스에 집중
 
침체돼 있던 시장이 아이폰6 등장으로 단기간에 과열되며 대란이 터진 이후 이통사들은 서비스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 달여간의 법 시행 과정을 살펴본 정부도 개선보다는 보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위약금 제도 수정과 지원금 정책 강화 등을 사업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K텔레콤은 12월부터 약정할인 반환금을 전면 폐지하고, 단말 지원 반환금으로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18일부터 저가 요금제를 주로 이용하는 2G·3G 일반폰 고객에게 8만원의 최소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19일부터 LG 와인4, 삼성 마스터 등 2G폰 2종을 구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요금제와 관계없이 12만9600원의 최소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LG유플러스의 위약금제도 개편과 KT의 최소 지원금 제도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통 3사의 주요 단말에 대한 지원금 상향, 출고가 인하와 함께 멤버십과 포인트제도 개편도 잇따르고 있어 법 취지와 고객 니즈의 접점을 찾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통사 관계자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단통법이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소비자들도 법의 취지에 공감할 수 있도록 최대한 체감 혜택을 강화하는 것이 이통사들의 급선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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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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