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둘러싼 논란..'국민편익 對 역효과'

입력 : 2014-12-03 오후 1:39:58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회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민들의 대립각은 여전하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건강증진을 강조하지만 자칫 정책이 국민에게 편익을 주기는커녕 역효과만 부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국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복지부가 추진한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인상안 통과는 2005년 담뱃값이 500원 오른 후 10년 만의 인상으로 내년부터 담뱃값이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80% 뛰게 됐다.
 
이번 담뱃값 인상안 통과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2016년까지 만 19세 이상 남성 흡연율이 35%까지 하락할 것"이라며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흡연자 지원과 금연사업에 투자해 국민건강이 증진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효과를 자신했다. 실제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성인 남성 흡연율을 분석해보니 담뱃값이 올랐던 지난 2005년과 이듬해인 2006년의 흡연율이 전년 동기보다 5%~7% 가까이 줄면서 흡연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2003년~2013년의 성인 남성 흡연율 추이(자료=보건복지부)
 
또 궐련 1갑(20개비)에 붙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현행 354원에서 841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는 만큼 흡연자 지원과 금연사업 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복지부가 지난 9월10일 발표한 금연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올해 2조30억원이었던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내년에 2조7189억원까지 늘어나고 금연지원사업 예산도 113억원에서 1475억원까지 10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국민건강증진기금 변화(자료=보건복지부)
 
복지부 관계자는 "금연사업 예산을 통해 청소년과 여성 등 대상별 맞춤형 금연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금연사업·금연홍보 지원, 금연정책 기반 확충, 저소득층 흡연치료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2020년 성인남성 흡연율을 28%까지 낮추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일 본회의 통과가 무산된 '흡연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는 재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의 금연종합대책은 담뱃값 인상을 통한 가격정책과 흡연 경고그림을 통한 비가격정책을 병행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흡연 경고그림은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도 권고된 내용인 만큼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금연효과와 예산확충 등 편익을 내세우며 전방위적으로 담뱃값 인상을 강행하고 있지만 흡연자를 포함한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국내 최대의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www.ilovesmoking.co.kr)은 "담뱃값 인상으로 국내 흡연자들은 우리나라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800달러나 높은 일본보다 더 비싼 담배를 피우면서 더 많은 담뱃세를 내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이러브스모킹 측 자료에 따르면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 국내 담배업체인 KT&G(033780)가 판매하는 에쎄 담배와 일본의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 담배를 비교할 때 담뱃값은 우리가 458원 더 비싸고 담배에 붙는 세금은 우리가 714원 더 많이 내는 구조가 된다.
 
이들은 흡연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에 대해서도 흡연자들에게 상실감만 준다고 지적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는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은 예산·세입과 무관한 만큼 이 법안이 담뱃값 인상안과 함께 예산 부수법안에 포함되면 안 된다"며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강제로 부착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흡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담배는 그 유해성이 사회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수준의 대중적인 기호품"이라며 '담배 소비에도 당연히 소비자의 권리가 존중돼야 하고 담배를 혐오화하는 흡연 경고그림 부착은 흡연자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도보수 계열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도 정부의 담뱃값 인상에 직격탄을 날렸다. 갑접세 성격인 담뱃세는 저소득층에 누진적 부담을 주고 공평과세 원칙을 해친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 관계자는 "담뱃값 2000원 인상 후 간접세 비중은 2012년보다 0.9% 오른 50.6%에 이를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만만한 서민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길을 선택하고 공평과세 원칙(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을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9월10일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는 내용의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하자 흡연자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이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아이러브스모킹)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병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