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삼성..부족함을 채우다

입력 : 2015-02-25 오후 3:49:32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삼성이 다시 혁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괴력을 발휘하고 있는 애플과 턱밑까지 추격한 중국 등 후발주자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면서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대응'과 함께 파격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내부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그룹 사장단에 던져지는 메시지는 ‘혁신’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삼성그룹 사장단 40여명은 매주 수요일 아침 서울 서초사옥에 모여 경영현안을 공유하고, 내외부인사들로부터 강연을 듣는다. 지난 11일에는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주제는 ‘새로운 도약의 전략 및 방향’이었다.
 
25일에는 전동수 삼성SDS 사장이 강연자로 나서 ‘삼성그룹 IT체계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2회 연속 내부강연이다. 보통 저명한 외부인사를 초청해 경영은 물론 인문학, 정치외교문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교양에 가까운 강연을 진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특히 11일 손 사장의 강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손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 부품사업의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이끌고 있다. MIT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인텔코리아 한국지사장, 퀀텀 사장을 거쳐 3년 전 삼성에 영입됐다.
 
손 사장이 강조한 것은 창의성과 실험정신, 그리고 도전정신이다. 그는 “삼성이 외부의 기술 아이디어에 보다 개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을 강조했다. 인수합병을 통해서라도 부족함을 채우고, 이를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삼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모바일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인수를 확정짓고, 삼성SDI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슈타이어의 전기차용 배터리팩 사업을 인수한 것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타이밍이 절묘하다. 루프페이 인수는 애플의 애플페이에 맞설 수 있는 전략적인 묘수이고, 배터리팩 사업 인수는 삼성SDI의 약점인 배터리팩 분야를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내부자 강연은 종종 있는 일로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은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강연 내용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내부자 강연의 경우 외부강연자보다 강연 내용에 대한 보안 유지도 용이하다. 25일 강연 직후 그룹 미래전략실의 기자단 브리핑이 없었던 점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이 제시한 올해 경영화두는 '새로운 도전(New Challenge)'이다. 지난해 실적 충격 이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기업거래(B2B)’ 확대를 주요 경영전략으로 삼으면서 혁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것이 사실. 다시 혁신을 외치는 삼성이 어떤 결과물을 창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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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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