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 "사회적기업 돕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역할 다할 것"

입력 : 2015-10-02 오전 6:00:00
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단체, 기업이 불특정 다수로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크라우드펀딩 제도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내년 1월부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은 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시장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사회적기업들도 판로개척과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러한 분위기 속 지난 2011년 사회적기업진흥원의 창업팀 지원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설립된 오마이컴퍼니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회사 대표는 금융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이어서 더욱 눈에 띈다.
 
 ◇"증권사 10년 근무 후 사회에 의미있는 일하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10여 년간 증권사에서 시장분석 애널리스트 등으로 근무한 이력을 지녔다. 성 대표를 비롯해 창립멤버 3명은 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심포지엄 활동을 하며 알던 사이다.
 
성 대표는 "우리 사회에 의미있고 괜찮은 일을 하자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채널을 만들어보자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운영목적으로 하고 있기에, 그들 기업을 돕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는 판단으로 창업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성진경 오마이컴퍼니 대표. 사진/최한영 기자
 
성 대표가 결정적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예전부터 금융의 탐욕은 문제가 됐지만, 금융위기 당시 미국 등에서 갚을 능력이 없는 곳에 돈을 빌려주고 그 결과 집이 은행에 넘어가는 상황을 보며 금융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경기가 안좋아지면 자금을 회수하고 그 결과 기업은 더 어려워지는 주류금융의 한계도 극복하고 싶었고요. 돈 있는 사람이 돈을 벌고 양극화를 확대하는 구조가 아닌,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대출을 늘리는 사회적 금융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되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경제조직들을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회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이어지다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죠."
 
지금까지의 삶이 돈은 많이 벌었지만, 앞으로는 의미있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도 진로를 바꾸는데 도움을 줬다. 성공회대학원에 입학해 관련 과정을 공부하고 네트워크를 쌓던 중 사회적기업진흥원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창업까지 이어졌다.
 
이후 1년 간 사회연대은행의 인큐베이팅을 받고 법적검토 등의 각종 준비과정을 거친 오마이컴퍼니는 지난 2012년 5월 홈페이지 공식 오픈과 함께 8개 프로젝트를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0여개를 진행했다. 모금금액은 총 11억원 정도다.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지나놓고 보니 시스템 설계가 복잡했던 것도 사람들을 모으는데 걸림돌이었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의 지지의사를 모은 기업이 펀딩을 받을 수 있도록 단계를 나누고, 펀딩 이자를 기업의 상품·서비스로 돌려받는 과정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사이버화폐로 받았다가 다른 제품을 살 수 있게 했죠. 그런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었지만,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보니 정작 이용자들의 반응은 별로더군요." 생각 끝에 이후로는 일반 펀딩사이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프로젝트를 제안한 사람들의 경우에 설정한 금액을 모으기 위해 뛰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업로드만 해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여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이나 인지도가 낮았기에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진대회를 열어 좋은 회사들이 찾아오도록 하고 프로젝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게끔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기획된 사회적기업 크라우드펀딩대회에서는 사회연대은행의 후원을 받아 우수 입상기업이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기업들이 프로젝트 홍보에 쓰일 수 있는 영상도 제작했다. 아울러 프로젝트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펀딩에 성공하면 추가적인 자금지원까지 해주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오마이컴퍼니가 진행한 2015 사회적기업 크라우드펀딩대회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오마이컴퍼니
 
대회를 통해 사회적기업가 중 본인이 하는 일을 알리고 지지자를 모으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마케팅 능력을 배가시키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두고 있다. 올해 6월 부산에서 진행된 대회에는 87개 기업이 참여, 최종 11개팀에 대해 시민투자자들이 평가하고 상금도 제공하는 오프라인 행사로까지 확대됐다. 성 대표는 "사회적기업과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는 만큼 대회 운영도 점차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군위안부, 세월호참사 등 사회문제 환기하는 역할도 담당
 
오마이컴퍼니를 통한 펀딩은 일반기업들도 진행할 수 있다. 단 등록 과정에서 프로젝트매니저와의 미팅을 통해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지 등의 여부를 서로 조율하게 된다.
 
그렇게 등록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성 대표는 '희움 더 클래식'의 위안부할머니 돕기 프로젝트를 꼽았다. 후원자들에게 티셔츠를 제공하고 이익금을 일본군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 모금액은 1억7000만원을 돌파했다.
 
세월호의비극을기억하는시민모임에서 현재 진행 중인 기억팔찌 캠페인의 경우 후원 금액별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내용의 노란색 팔찌를 배송,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눠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캠페인을 통해 모아지는 금액도 모두 기억팔찌를 제작, 참사피해 가족들에게 전달하는데 사용된다.
 
오마이컴퍼니에서 진행된 세월호 기억팔찌(위), 일본군위안부 역사관 건립 티셔츠제작 프로젝트. 사진/오마이컴퍼니
 
성 대표는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보며 크라우드펀딩이 사회적문제나 이슈를 확산시킬 수 있는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발적인 마케터가 돼 프로젝트를 곳곳에 알리는 과정을 보며 홍보효과가 극대화되는 점도 관찰할 수 있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작, 회사발전 원동력 될 것으로 기대
 
한편 성 대표는 내년 1월 말부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다. 오픈트레이드와 와디즈 등 타 크라우드펀딩 관계자들과도 만나며 향후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증권형 중에서도 오마이컴퍼니는 투자계약증권 형태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영화를 예로 들면, 관람객 수에 따라 수익구조가 나오는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겠다는 계약을 사전에 한 다음 투자를 받고 이후 발생한 수익을 나누는 식입니다. 저희가 이 방법에 집중하고자 하는 이유는 사회적경제 영역에 있는 펀딩 등록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모을 수 있는 금액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궁극적으로는 사회혁신을 주도하는 크라우드 소싱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는 목표를 내비쳤다. 자금을 모으는 것 뿐만 아니라 홍보와 마케팅 등 다른 자원들이 연계될 수 잇는 플랫폼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보상형 플랫폼이 등록자의 판로개척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 크다면, 준비 중인 지분형 플랫폼은 자금조달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 두 가지 플랫폼이 조화된다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오마이컴퍼니가 역량을 쌓아오는 단계였다고 한다면 내년부터 판로와 자금조달 두 가지를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사회적경제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는 노력을 본격화 할 생각입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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