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는 잊어라"…중국, 프리미엄까지 넘본다

글로벌 제조사 인수로 외연 확대…R&D로 프리미엄 기술력까지

입력 : 2016-01-18 오후 3:23:51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저가형 제품에 주력하던 중국 전자업체들이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볼 태세다. 글로벌 기업을 인수해서 외연을 확대하거나, 초기 단계부터 프리미엄 공략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 15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6조원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 전자업계 지형 변화를 예고했다. 하이얼은 중국 최대 가전업체이자, 지난해 326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세계 1위 백색 가전업체다.
 
한계도 뚜렷했다. 매출이 중국 내수에만 국한돼 있어 더 이상의 수요 창출은 어려웠다. 북미 가전시장에서는 1%대의 점유율로 존재감조차 미미하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하이얼은 단숨에 북미시장 3위에 오르게 된다. GE는 2014년 기준으로 월풀, LG전자에 이어 3위의 북미 전통 강호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얼 제품에 GE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해지면서 북미시장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진입도 용이해졌다"며 "하이얼은 중저가, GE는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투트랙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얼이 기존 업체를 인수해 해당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뉴질랜드 1위 가전업체 피셔앤페이켈의 지분을 매입해 시장을 넓힌 데 이어, 이듬해에는 일본의 파나소닉으로부터 산요전기의 냉장고, 세탁기 부문을 인수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다.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은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6에서 55인치 올레드TV와 커브드 TV 등을 선보였다. 사진/ 뉴시스
     
하이얼을 비롯해 중국 업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 사냥에 적극적이다. 앞서 대만의 레노버는 2004년 IBM PC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2014년에는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을 사들였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의 지분 15%를 매입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ICT 리포트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해외 M&A 건수는 전년보다 55.1% 늘어난 6899건에 달했다. M&A 금액 역시 4072억달러로, 55.4% 증가했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해외기업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자체 브랜드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입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들은 거대한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후 해외 진출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염가형 제품을 주로 다루는 데다,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 시장 정착이 어려웠다.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 핵심기술을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제고도 가능하다. 또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유통·마케팅적인 면에서 시장 포지셔닝이 쉬워지는 이점이 있다.
 
중국은 해외기업 사냥과 함께 연구개발(R&D)을 통한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2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44% 증가한 1억800만대로 집계뙜다. 중국 업체로서는 최초로 1억대를 돌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애플에 이어 3위 자리를 꿰찼다.  
 
성장이 정체된 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화웨이의 저력은 R&D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에서 나온다. 지난 10년간 매출액의 12%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입했으며, 전 세계 곳곳에 16개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체 직원 15만명 중 7만명(46.7%)이 R&D 소속이다.
  
덕분에 단말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술을 자체 보유할 수 있었다. 초반에는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보급형 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놨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하며 시장 입지를 넓히고 있다. 상반기 총 수익의 42.9%가 중·고가폰에서 나왔다.
  
중국 업체들의 R&D 확대는 국가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중국의 R&D는 2010년 2130억달러에서 2013년 3364억달러로 늘었다. 이 기간 우리나라는 521억달러에서 689억달러로 증가했다. 3년 사이 양국 간 R&D 투자액 격차가 4배에서 5배로 벌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최근 프리미엄 전략을 공고히 한 덕에 당장 중국 업체로부터 위협을 받지는 않겠지만 화웨이가 LG전자 스마트폰을 따라잡은 것처럼 안심할 수는 없다"며 "중국 업체들의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커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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