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제약사 잔혹사 반전 오나

삼성·SK그룹 공격 행보…그동안 '계륵' 처지 탈피

입력 : 2016-03-1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제약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삼성과 SK(003600)가 대기업 제약 잔혹사를 끊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가 제약·바이오를 5대 핵심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SK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둘다 글로벌 진출이 목표며, 내년부터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연구·개발)와 삼성바이오로직스(위탁생산)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SK그룹의 의약품 사업 계열사는 SK바이오팜(연구·개발)과 SK바이오텍(위탁생산)으로 나뉜다. 이들 계열사는 지주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세를 키워가고 있는 모습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대기업 계열 제약사들이 그룹사에서 계륵 처지를 받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제약업계에 진출한 대기업은 한화(000880), LG(003550), CJ(001040), 코오롱(002020), KT&G(033780), 아모레퍼시픽(090430) 등이 있다. 이들은 1980년~1990년대에 계열사를 설립하고 제약산업에 뛰어들었다. 업력이 20~30여년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진출은 고사하고 제약업계에서 중하위권에 그쳤다.
 
2010년 무렵 내수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자 급기야 일부 대기업들은 제약 사업에서 철수했다. 한화는 2014년 계열사인 드림파마를 매각했다. 아모레퍼시픽도 2013년 태평양제약을 한독(002390)에 팔았다.
 
대기업이 제약사업에서 부진한 이유는 제약업 특성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약산업은 단기간 수익창출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10여년 이상, 1~2조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 변수가 너무 많아 신약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 제약사들은 지주사로부터 집중투자를 받지 못했다. 사업 형태도 대부분 단순 복제약과 내수 영업 위주로 한정됐다. 신약개발은 장기플랜이 중요한데, CEO가 바뀔 때마다 기존 핵심 프로젝트를 접고 사업 방향이 변경되기 일쑤였다. 파이프라인이 CEO 임기에 따라 신약과 천연물신약, 개량신약, 복제약으로 중구난방 변경됐다.
 
하지만 삼성과 SK는 과거 대기업의 사업 형태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기존 대기업 제약사들이 사실상 지주사 아래서 독립 운영된 것과는 다르게 오너와 지주사로부터 전폭적인 투자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이라는 목표도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은 장기간 수익이 없어도 장기간 연구와 투자를 강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결국 오너 사업일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대기업 제약사들은 일관된 방향성을 가질 수 없어 한계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SK는 지주사가 해외시장을 겨냥해 오너와 지주사가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대기업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과 SK가 제약·바이오를 5대 핵심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내수와 복제약 위주였던 기존 대기업 제약사와는 차별화시켜 신약과 해외진출 위주로 지주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유독 제약 분야에서만 부진했던 대기업 제약 잔혹사를 끊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사진제공=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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