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미래연구원]소프트웨어 중심 사회가 온다…관건은 교육혁신

'알파고 쇼크'로만 머물면 안돼…컴퓨터과학 전공자들 허드렛일 하는 현실 바꿔야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이 말하는 인공지능 시대와 그 대비책

입력 : 2016-04-11 오후 1:35:42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우리 사회에 수많은 숙제를 남겼다. 연구개발(R&D) 정책은 물론 교육혁신과 새로운 일자리 전략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KAIST 명예교수)으로부터 들어본다.[편집자]
 
◇ 인공지능 70년의 역사
 
컴퓨터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다. 사람의 생각을 옮겨서 자동화하는 기계이기 때문이다. 이 기계에 일을 시키는 것은 사람이 작성한 프로그램, 즉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의 명령에 따라 컴퓨터는 빠른 속도로 지시된 작업을 수행한다. 그런데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을 인간이 터득한 것이다. 지난 50여년간 인공지능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얻어진 것이지만 그 성과는 충격적이다. 컴퓨터가 데이터로부터 배운다!
 
인공지능은 지능이 필요로 하는 일을 기계에 시키는 방법을 연구하는 컴퓨터과학의 한 분야다. 컴퓨터를 사람의 계산과 생각을 자동화하기 위한 기계라고 본다면 컴퓨터과학이 바로 인공지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물체를 보고 이해하며 복잡한 언어를 이용해 소통하는 사람을 능력을 컴퓨터로 흉내 내고자 한다. 또 복잡한 상황에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취합해 의사결정 하는 방법도 연구한다.
 
인공지능은 오래 전부터 우리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우편물에서 주소를 읽어 분류하거나, 손으로 쓴 글씨를 인식하고, 세탁 시간을 스스로 선택하는 인공지능 세탁기 등이 대표적이었다. 요즘에는 더욱 똑똑해 졌다.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도움을 주는 가상 비서가 이미 스마트폰에 들어와 있다. 이를 가정용 로봇과 연결해 요리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독거노인의 친구가 되기도 한다. 사진 속 친구의 얼굴을 사람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로보어드바이저는 어느 펀드매니저보다 실적이 좋다. 무인 자동차는 이미 복잡한 시내를 질주하고, 골프 로봇은 몇 번의 시도로 홀인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 컴퓨터는 퀴즈대회에 나가 사람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상금을 획득하는 능력을 보였다. 방대한 자료를 모아 이해하고 학습하는 이 능력을 투자상담이나 암 진단과 처방에 사용한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고 지배하거나, 구매한 인공지능 인형이 인간에게 정을 느끼는 공상과학영화를 연상한다. 불안해하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드는 상황, 그래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그 능력을 신장하는 상황을 ‘특이점(Singluarity)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는 인공지능이 생산하는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인간이 이해 못하는, 그래서 통제 불능의 세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한 연구원은 2045년경이면 그런 상황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현재의 인공지능 수준은 ‘지시하면’ 학습하고 사람의 지능을 흉내 내지만 ‘스스로’ 의지를 갖고 목표를 추구하지는 못한다. 충직한 하인이 더욱 똑똑해 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영혼이 있거나 자아의식이 있는 인공지능, 사랑이나 증오 등의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그래서 스스로 의지를 불태우는 인공지능은 아직도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인공지능은 도구다.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는 것은 인간의 의지이다. 선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득이 되고, 악한 목적으로 사용하면 해가 될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의 혁명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이 곧 다가온다고 주장하고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지칭했다. 이번 변화의 규모와 범위는 인류가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깊고 광범위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럼 그 변화를 가져오는 기술의 실체는 무엇일까?
 
다보스포럼에서는 그 파괴적 기술들이 무인자동차, 드론, 3D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 및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이라고 나열하면서 디지털화와 정보기술이 변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알파고는 그 파괴적 기술의 핵심이 바로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각인시켰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예고한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창조적 혁신이 일상적으로 일어나 사회가 풍요롭고,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다양해지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예고한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능력이 개인, 기업,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우리 정부에서는 2년전 이런 사회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라 하고 국가적 차원의 준비를 촉구한 바 있다. 2018년부터 초중고 교육에서 코딩교육을 정규교과목으로 결정한 것도 이런 사회를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
 
인공지능이 확산되면서 사람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자동화로 생산성이 급격히 향상되어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지금 일자리의 반 이상이 없어지거나 업무 내용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여러 곳에서 예측한다. 컴퓨터화가 주로 중산층의 단순한 일자리를 감소시켰지만 이제 인공지능은 기자, 회계사 등 지적 능력이 필요한 고소득 일자리도 감소시킨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주로 과학기술과 ICT,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생길 것이다. 기존의 산업과 대기업보다는 신산업과 창업으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2010년까지 25년간 미국의 새로운 일자리의 3분의 2는 5년 미만 기업에서 창출되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와중, 즉 인공지능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창조경제를 통한 창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성패 여부를 떠나 매우 바람직한 시도다.
 
◇ 교육혁신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이다. 전 세계 7세 어린이의 65%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에서 일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교육 내용과 방법으로는 미래세대를 육성할 수 없다. 이제는 1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교육에서 과학기술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과학적 소양을 높이고 기술을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이미 와 있는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특히 인공지능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남이 만들어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컴퓨팅 사고력과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초중고 정규교육에 소프트웨어를 포함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실적은 2018년부터 초중고 정규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준비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 'AI 시대'를 유토피아로 만들려면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보다는 값싸고 믿음직한 AI에 투자할 것이다. 고용은 줄어들지만 기업들은 쉽게 고소득을 올리게 된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50대 50의 양극화가 아니라 극소수의 고소득자와 대부분의 저소득층으로 양극화 될 것이다. 1대 99, 혹은 그 이상의 양극화가 될 것이다. 양극화는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양극화 속에서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AI 시대를 유토피아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GDP 증가를 성장으로 보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우리가 당면한 문제 해결책의 풍부함을 번영과 풍요로 보자는 견해에 동의한다. 우편이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시절에 비해 요즘 스마트폰은 소통에 있어서 양적, 질적 풍부함을 제공한다. 이는 분명히 풍요로움이고 성장이다. 효율적 자원배분을 최상의 가치로 삼던 기존 이론에서 탈피해 해결책을 생산해내는 최상의 시스템으로서 자본주의를 해석해야 할 것이다.
 
AI 시대를 유토피아로 만들려면 향상된 생산성으로 만들어진 풍요를 인류가 같이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극히 일부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인류의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극히 일부가 제조에 참여하지만 인류가 소비하기에 충분히 생산된다. 문제는 분배시스템이다. AI가 만든 부를 AI 때문에 소외된 사람들과 나누면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의 몰락에서 경험했듯이 생산성을 넘어가는 과도한 복지나 분배는 파괴적이다. 합리적인 분배 시스템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으로 사회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구상에 정착한 이래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일하는 시간은 계속 줄어들었다. AI 덕분에 이제부터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일은 안 해도 된다. 주 40시간 하던 일을 10시간, 5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일은 기계에게 시키고 사람은 더 많은 시간을 사람답게 사는데 사용할 수 있다. 여유시간이 많아지니 문화·예술이 크게 신장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더 도전적으로 인류적 문제 해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 질 것이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인간과 AI의 능력을 종합해 집중할 수 있다. 더 정밀하게 기후변화를 예측해 재난을 방지하고, 물 위기, 에너지 부족, 공해 문제에 지구적 차원에서 대응한다. 질환과 감염에 공동으로 대응해 전 인류가 건강하게 150세의 설계 수명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우주의 신비, 외계 탐사 등 전 인류적 관심과 호기심에 많은 사람이 도전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인 분배시스템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탐구도 계속될 것이다.
 
AI 시대에서도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창조적 혁신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역동적인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은 필수 조건이다. 정부는 규제를 줄여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 산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게 해야 한다. AI 발전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풍부한 데이터다. 데이터가 충분히 생성되고, 모아지고, 공유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많은 기자들이 왜 우리나라는 알파고를 못 만드냐고 질문한다. 한국의 AI 수준은 어디에 있냐고 묻는다. 매우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우리나라의 AI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학의 AI 전공 교수도 부족하고 따라서 전공자의 배출 능력은 제한적이다. 적은 수의 학생들이 AI 기술을 배워 대학문을 나서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다. AI는 컴퓨터과학의 한 분야인데 한국에서는 컴퓨터과학의 전공자도 매우 부족하다. 한해 미국 스탠포드대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하는 학생은 660명 수준이지만 서울대는 55명이다. 공과대학 정원 대비 컴퓨터과학 전공자 비율은 스탠퍼드 대학이 44%이지만 서울대는 고작 7%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경쟁력이 없고 우수 인력이 기피하는데 AI만 발전할 수는 없다. AI는 마치 고깃국의 양념과 같다. 고기가 넉넉해야 양념도 맛을 낼 수 있다. 맹물에 양념을 넣었다고 제 맛이 나겠는가? 알파고를 만드는 데에도 AI 학습 알고리즘뿐만 아니라 1200여개의 CPU와 100여개의 GPU가 결합된 병렬처리기법, 대량의 데이터 관리기법, 소프트웨어 개발기법들이 결합된 결과다. AI에만 국한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전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는 AI 연구소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나 컴퓨터과학 연구소도 없다. 통신연구소에는 몇천명의 연구원이 있지만 AI 전공의 젊은 연구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기업에서는 세부전공 구분 없이 컴퓨터과학 전공자로서 AI 전공자들을 흡수하지만 지금까지는 AI 과제가 없었고, 그들은 단순 개발자로서 허드렛일에 투입되면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인력의 절대 부족은 우리 AI 수준의 불균형을 야기한다. 대학의 AI 연구자 중에는 선진국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능력이 있는 분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도전적 과제를 수행할 만한 연구 생태계는 요원하다.
 
◇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 이해해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에서는 자본보다는 지식과 정보, 데이터가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지식은 공개, 공유, 협동으로 가치를 더할 수 있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프트웨어를 공개하고 나눔으로써 기술 발전을 촉진시킨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승자독식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인데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공존한다는 것은 기적이고 축복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기업들은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AI 소프트웨어는 공개소프트웨어가 대세다. 이미 약 40개의 딥러닝 알고리즘이 공개되었다. 구글은 알파고를 학습시킨 소프트웨어도 공개했다. AI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함이라는 등 의심의 눈초리가 있지만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그 화사의 사시를 액면 그대로 믿고 싶다. 최근 ‘OpenAI’라는 비영리 단체가 활동을 시작했다. AI을 폐쇄적으로 연구할 때 인류에 해가 되는 기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AI 기술은 공개하고 공유하자는 활동을 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미국이 선두고 중국 등이 추격하고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산업사회의 끝자락에서 선전했던 한국은 과연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에서는 얼마나 할까? AI가 제공하는 능력으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까? 알파고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진입을 알리는 팡파르다. 우리 산업이, 사회가, 교육이, 정치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논의가 활발히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국가미래연구원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사진/김진형 소장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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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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