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 120년)③"구멍가게에서 벗어나 몸집 키워야"

신약개발 자본력 밑거름…정부 제도적 지원 필요

입력 : 2017-01-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신약개발은 기술집약적 사업이어서 막대한 비용 투자와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약업계가 한단계 진일보하려면 무엇보다도 산업 규모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1558조원에 달한다. 제약 산업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성장하려면 최소한 GDP 대비 10% 정도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의약품 시장은 19조원으로 약 1%에 그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여전히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약품 제조소는 600여개에 달하는 반면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업체는 3개사에 불과하다. 신약탐색에서부터 신약이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전부 진행시키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영세한 규모로는 신약개발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제약업계는 오리지널약을 도입해 공동판매하는 영업 방식이나 복제약이나 개발신약 개발의 사업 방식에 그치고 있다. 상위사 중심으로 신약 R&D를 하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에 비해서 자본력에서 열세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을 육성해야 한다. 정부가 융합 신사업의 초기 시장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드는 것처럼 대기업의 사업 진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정밀의료, 유전체,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와 제약산업을 접목하는 것도 방안이다. 
 
업계에선 해외진출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신흥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70%가 신흥제약 시장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흥 제약 시장은 인구 고령화와 소득수준 증대 등으로 의약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시장을 말한다. 선진 시장보다 임상 및 허가 비용이 적게 들고 진입 장벽이 낮아 글로벌 제약사보다 자본력과 연구력이 열세인 국내사에게 해외진출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보령제약 고혈압신약 '카나브', LG생명과학 '제미글로', 일양약품 항궤양제 '놀텍'과 백혈병치료제 '슈펙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토종신약들은 중남미, 중국, 러시아, 동남아 등에 진출했다. 수출액이 점차 늘면서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MA&를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규모 M&A를 통해 성장했다. 화이자는 워너램버트, 파마시아와 인수합병했다. 아스트라와 제네카 그룹이 합쳐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가 탄생했다. 다이이찌산쿄는 산쿄와 다이이찌제약이 합병했다. 야마노우치제약과 후지사와약품공업의 M&A로 아스텔라스제약이 출범했다.
 
반면 국내 제약업계에는 규모의 경제를 위한 M&A가 미진한 게 현실이다. 세습을 경영목표로 하는 오너십의 제약사가 대다수여서 M&A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복제약을 중심으로 한 사업 구성이어서 M&A에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제도의 변화에 따라 제약산업의 판도가 변화한 것처럼 정부가 나서서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약산업이 선진화되고 진일보하기 위해선 제약산업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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