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추가 소각…지주사 전환준비 박차

9.3조 자사주 매입 후 전량 소각…지분율 높이고, 주주 찬성표까지 '일석이조'

입력 : 2017-01-24 오후 5:51:2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 프로그램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한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엘리엇 등 주주 찬성표를 끌어낼 유인책으로 해석된다. 지주회사 전환 시 인센티브 축소 등 경제민주화법 입법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골든타임’이 짧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로 경영시계가 제로인 상황에서도 삼성이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 공시와 함께 올해 총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시행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주주환원 재원 중 배당 후 잔여분인 8조5000억원과 2015년 잔여 재원인 8000억원을 합한 규모다. 거래량 등을 감안해 3~4회에 걸쳐 분할해 진행하고, 매입 완료 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날 1회차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1회차 자사주 매입은 25일부터 시작해 3개월 내 완료될 예정이며 보통주 102만주, 우선주 25만 5000주가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또한 주당 보통주 2만7500원, 우선주 2만7550원의 2016년 기말 배당을 결의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2016년 주당 배당금은 2015년 대비 약 36% 증가했다. 지난해 총 주주환원은 잉여현금흐름 24조9000억원의 절반인 약 12조5000억원이며, 이중 약 4조원이 배당으로 지급된다.
 
이는 엘리엇이 삼성 지배구조 개편을 지지하는 대신 배당과 경영 개입 등을 요구한 제안을 삼성이 부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과거 공격적인 태도에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사를 다시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으로 제안하며 적과의 동침에 들어섰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고 지분 승계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삼성 역시 이를 검토해왔다는 점에서 명분을 쥐어줬다는 평가다.
 
엘리엇은 이를 위해 30조원에 이르는 특별 현금배당과 잉여 현금흐름의 75%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삼성전자 분할 사업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켜 최소 3인의 독립적인 이사를 추가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29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했다. 또 2016년과 2017년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배당 규모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자사주 소각은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 강화 요인으로도 작용해 지주회사 전환에 유리하다. 앞서 삼성전자가 11조3000억원의 자사주 소각 프로그램을 실시한 이후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늘어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합병 등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자사주 소각 등의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너무 올라 삼성물산과의 합병 가능성이 낮아진 데 대해 삼성 내부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등을 활용하기 위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다수의 자사주 규제 경제민주화 법안이 입법되기 전 체제 전환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제기된 뇌물 의혹과 이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의 특검 수사가 변수다. 특검은 설 연휴 직후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여부도 불투명하다. 삼성은 제조계열사와 금융계열사간 연결된 지분 고리를 끊고 체제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분 매각 과정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해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편, 현대차그룹과 롯데그룹도 순환출자 등의 문제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 롯데는 지난 19일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계열사의 공시를 통해 "순환출자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사주 활용 제한 등 경제민주화 입법이 이뤄지기 전 체제 전환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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