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 변비약 사용 금물

장기능 약화로 증상 악화…초기 발견하면 비수술로 치료

입력 : 2017-03-29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 김모(48·남)씨는 배변할 때 선홍빛 출혈이 있었지만 변비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변비약만 복용하고 차일피일 치료를 미뤄왔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증상이 삽시간 악화됐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변비약을 복용해 치핵이 악화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질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한해 60만6800여명에 달했다. 지난해 기준 환자는 남성 환자가 31만6800여명으로 여성 환자 29만여명에 비해 소폭 많았다. 40대와 50대가 각 20%, 30대가 19%, 20대가 16%, 60대가 12% 등 전연령대에 고른 분포를 보였다.
 
치질은 항문관 정맥혈관이 늘어나 덩어리가 생기는 치질, 항문 염증으로 누공(빈공간)이 생긴 치루, 항문의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 등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치질 증상을 치핵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배변 시 출혈 및 통증이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치핵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발병 부위와 증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치질 증상과 종류를 파악해야 한다.
 
치핵은 우리나라 전체 치질 환자의 약 70% 정도가 앓고 있는 질환이다. 항문 벽에 혹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핵이 나타나면 항문 주변에 덩어리가 만져지고 배변 시 출혈을 동반한다. 치핵을 방치하면 나중에 자리에 앉지 못할 정도의 통증이 생길 수 있기기도 한다.
 
치핵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잘못된 배변습관으로 발생한 변비가 주원인이다. 화장실에 장기간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자세나 오래 앉아 있는 습관 등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굵고 딱딱한 변이 항문으로 나올 때 괄약근 주변의 혈관이 항문 밖으로 빠지게 된다. 변비를 해소하기 위해 변비약을 복용할 경우 오히려 잦은 설사로 항문에 울혈이 생겨 치핵 증상이 악화된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일부 환자들 중에는 치질을 변비약이나 치질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장을 자극하는 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장이 약 없이 기능을 하지 않아 오히려 항문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보통 치핵 초기인 단계에서는 식이요법, 변 완화제 사용, 좌욕 등 배변습관을 교정하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므로 배변 시 항문 주변에 혹이 만져지거나 출혈이 있다면 빠른 시일 내로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열은 배변 시 항문 근육이 긴장해 항문이 찢어지는 것으로 대부분 변비로 인해 딱딱한 대변이 나올 때 발생한다. 배변을 할 때는 물론 배변 후에도 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휴지에 묻을 정도의 피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치열은 초기에는 상처가 깊지 않으나 잘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찢어지고 아물기를 반복하면 상처가 깊어져 궤양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배변 횟수가 주 3회 이하라면 단순 소화불량이 아닌 변비를 의심하고 치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매일 일정한 시간에 배변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최대한 3분 내에 배변을 처리하는 게 좋다.
 
치루는 항문 내부와 항문 밖 피부 사이에 서로 통하는 관이 생기는 질환이다.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배탈이 잦아 설사를 자주 하면 항문샘에 세균이 들어가 염증과 고름이 생기게 된다. 이 증상이 반복되면 고름이나 피가 속옷에 묻어 나오는 치루로 발전하게 된다. 치루가 생기면 초기에는 항문 안쪽이 따끔거리고 항문 주위에 혹이 난 것처럼 붓는다. 항문에 열이 나거나 감기처럼 온몸에 열이 오르기도 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일상이 어려울 정도의 통증과 함께 항문이 심하게 부풀어 오르며 고름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항문 농양의 고름이 터지는 것을 저절로 나은 것으로 착각하여 치료를 미루면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붓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만성 치루로 이어진다.
 
민상진 메디힐 병원장은 "치질을 초기에 발견하면 식이요법이나 좌욕, 약물 등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며 "종류별 주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정확한 치질 증상과 종류를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도움말=메디힐병원)
 
치질은 치루, 치열, 치핵 등 다양한 항문 질환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발병 부위와 증상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치질 종류를 파악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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