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법관, 선거로 뽑지 않는 것은 헌법적 결단"

"다수결 원칙으로 소수자 권리 무시될 우려 차단"

입력 : 2017-04-03 오전 11:46:56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이 법관을 선거로 선출하지 않는 헌법적 이유에 대해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들 중에서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법관을 선발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헌법적 결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장이 법관 임용과 관련해 선거제도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대법관 선출 문제 등으로 대법원장을 선거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양 대법원장의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 대법원장은 3일 오전 대법원 1층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법관 107명(법조경력 3년 이상 단기 법조경력자)에 대한 임명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임법관들에게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권력의 핵심 중 하나인 재판권을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법관으로 하여금 행사하도록 한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현대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가운데 서로를 인정하며 설득과 양보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다수결이라는 보편적 원칙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자칫하면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다수의 의사에 가려 무시되거나 침해될 위험이 항상 존재하고, 이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은 “우리 국민은 다수의 전횡을 막고,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부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함’을 실현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는, 선거를 통하기 보다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들 중에서 존경받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엄격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발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헌법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는 법관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가 바로 사법권을 가진 법원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므로 법관은 직분을 수행함에 있어 국민이 기대하는 신뢰를 얻기 위해 모든 힘을 다 바쳐야 할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만일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그 존립기반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대법원장은 ‘재판 독립의 원칙’과 관련해, 재판 결과를 두고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일들이 적지 않다며 당당하게 맞설 것을 신임 법관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분쟁과 대립이 격화되면서 재판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넘어 그 결론이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불복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전파하고, 심지어 법관 개인에 대한 저급한 비난이나 명예훼손적 표현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재판에 대해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하는 우려스러운 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은 이러한 위협에 대해 당당한 기개와 각별한 사명감으로 맞서야 한다”며 “재판의 독립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법관 스스로가 이를 수호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이 재판의 독립을 지키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법관이 신뢰를 상실한다면 재판 독립의 원칙 또한 지켜낼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국민 신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또 “법관의 양심은, 개인의 주관적인 신념이나 편향적인 생각을 스스로 극복한, 사회 일반이 보편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의롭고 합리적인 가치관이어야 한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에 부족함이 없는지 두루 살피고, 다른 견해를 주의 깊게 경청하며, 치밀한 근거를 가지고 자신의 판단을 논증해 나가는 과정을 성실히 수행할 때만이 법관의 판단은 법관의 양심으로 인정되고 보호받을 수 있음을 우리 모두 깊이 자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에 임명되는 단기법조경력 법관임용자는 총 132명이다. 이날은 이들 중 사법연수원 수료자 107명에 대한 임명식이었다.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25명은 오는 8월1일자로 임용 예정이다.
 
이날 임명된 법관 중 남성이 74명(69%)으로 여성(33명, 31%)보다 많았다. 연수원 43기가 10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42기도 3명 포함됐다. 법학전공자가 97명으로 비법학 전공자(10명)보다 압도적이었다. 또 법무관 출신이 61명(57%)로 비법무관 출신 46명(43%)보다 많았다. 이날 대표 선서는 박가연 부산지법 판사가 했다. 박 판사는 연수원 42기로 대구지법 재판연구원을 2년간 역임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가 이번에 법관으로 임용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지방법원 신청사에서 열린 준공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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