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3사, 못 받은 돈 13조원…작년 매출의 32%

삼성중공업 매출 대비 절반이 미청구공사액…선박보다는 해양설비에 몰려

입력 : 2017-04-06 오후 4:44:59
[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지난해 조선 3사의 미청구공사액이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사 전체 매출의 32%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으로, 자금흐름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업황 침체로 선주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헤비테일로 계약방식이 변경된 데다, 미청구공사액 또한 급격히 불어나면서 조선사들의 자금 순환 사정을 더욱 어렵게 했다.
 
미청구공사액은 회계 장부에는 자산으로 잡혔지만, 실제 배를 넘기는 시점까지는 받지 못하는 일종의 미수채권이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선박의 공정률을 두고 발주사와의 이견이 생길 때 발생한다. 특히 조선업의 불황으로 선주들의 영향력이 커질 때 빈번하게 일어난다. 일반적인 매출채권과 달리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최종적으로는 전액 손실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때문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며, 재무건전성의 악화 요인으로 지목된다.
 
6일 <뉴스토마토>가 조선 3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의 미청구공사액은 총 12조9354억7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인 12조8948억1900만원과 비교해 되레 소폭 늘었다. 재무사정을 단번에 악화시킬 폭탄을 상시적으로 들고 있는 셈이다. 부문별로는 선박보다 해양설비에 몰려 있었다.
 
사별로 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전년 대비 각각 14.9%, 2.7% 감소한 3조4181억4600만원, 4조4626억9400만원으로 위험부담이 줄어든 반면 삼성중공업은 17.8% 급증한 5조546억3600만원으로 조사됐다.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액 비중은 3사 평균 31.7%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은 17.5%로 가장 낮았고, 대우조선해양이 39.2%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의 절반이 넘는 51.1%로 조사됐다. 
 
 
수주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공정률에 따라 비용을 나눠 받기 때문에 미청구공사액 비중이 타업종 대비 높은 편이다. 특히 조선업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비용의 60~80%를 선박 최종 인도 단계에서 받는 헤비테일 계약이 일반화된 점도 한몫 했다. 이 경우 건조자금을 조선소 스스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사 입장에서는 자금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저유가 현상이 길어지면서 중동 등 발주사의 재정이 악화된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선박 공정률이 8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발주사의 재정 악화로 주문을 취소하거나 선박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건조대금을 떼일 위험도 높다.
 
3사의 미청구공사액은 선박보다는 주로 시추 및 해양설비 분야에서 많이 발생했다. 해양설비의 경우 선박에 비해 금액도 크고 건조기간도 긴 데다, 금융당국이 수주산업의 미청구공사에 대해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내세운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중공업은 잭업리그 2기에 각각 5564억4000만원, 4994억9000만원의 미청구공사액이 몰렸다. 해당 설비는 공정률이 94%, 86%에 달한다. 4509억6400만원 규모의 세미리그(공정률 86%)를 비롯해 드릴십 6기에도 미청구공사액이 설정됐다. 대우조선해양도 아프리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기에 1조원이 넘는 미청구공사액이 물려 있다. 공정률은 92%를 넘어 완성 단계 직전이다. 반면 선박 비중이 높은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 미청구공사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체 3조4181억원 중 2114억8800만원으로, 6.2%에 그쳤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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