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는 가운데 롯데그룹·
SK(003600)그룹 수뇌부들의 뇌물공여 혐의 적용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신병 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이들의 기소를 앞두고 16일 공소장 작성에 집중하는 한편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최종 사건 처리 계획을 보고하며 사실상 수사를 매듭짓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특수본 수사팀은 15일까지 조사에 박차를 가하며 마지막까지 사안을 다듬었다. 이미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의 기소가 확정된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길지가 관건이다.
삼성그룹 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추가 출연한 대기업들의 뇌물공여 혐의와 관련해 수사를 펼친 특수본은 신 회장은 불구속기소, 최 회장은 불기소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며 삼성의 298억원만 뇌물죄로 적용한 특수본은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70억원을 낸 뒤 검찰 수사를 앞두고 되돌려받은 롯데도 추가로 뇌물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돈을 추가로 내지 않은 SK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징후는 지난 14일 특수본 수사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특수본은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막판까지 롯데 혐의 입증을 위해 애썼다. 소 사장은 지난 2일에도 검찰에 소환됐었다. 하지만 특수본은 이날 SK그룹 고위관련자들은 따로 부르지 않으며 사실상 수사 종결을 시사했다.
한편, 특수본은 우 전 수석 관련해서도 재청구냐 불구속기소냐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14일 "영장 재청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불구속기소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관련자 기소를 17일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우 전 수석의 경우 다소 유동적인 태도를 보여 기소가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6일 출범한 특수본 2기에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삼성그룹 외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대기업·우 전 수석 수사는 풀어내야 할 핵심 과제였다. 특수본 1기에서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세 갈래 수사는 박영수 특별수사팀으로 넘어가서도 완전히 결론 나지 못했고 다시 특수본에 넘어왔다. 특수본 2기의 성패가 달린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기소를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구속에만 성공했을 뿐 지난 12일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우 전 수석 핵심 혐의를 영장에서 제외한 사실이 알려지며 '봐주기 수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대기업들의 수사도 점점 활기를 잃으면서 확실한 수사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최태원(앞줄 왼쪽부터)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