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키우고 싶지 않아 참는다"…폭언·욕설에 우는 교사들

지난해 교육부 접수 교권침해 사례만 총 2574건

입력 : 2017-05-14 오후 2:51:29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지난해 4월, 충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여교사 A씨는 수업을 방해하는 한 학생을 훈계하던 중 이를 지켜보던 B학생에게 욕설을 들었다. A씨가 ‘왜 웃고 장난을 치느냐. 선생님 행동이 웃기니’라고 묻자, B학생(17)은 ‘너 하는 꼬라지가 싸가지가 없으니 X같게 굴지 마’라며 A씨에게 책을 던졌고, 이를 맞은 A씨는 인중이 2cm 정도 찢어졌다. 이후 선도위원회 개최에 따라 학생에 대한 징계처분이 내려졌지만 A교사는 결국 본인 요청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전보를 갔다. 
 
스승의 참된 가르침에 감사함을 표하는 스승의 날이 다가왔지만 정작 교사들은 끊임없는 교권침해에 괴로워하고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574건으로 대부분 교사를 향한 학생의 폭행과 폭언·욕설이 차지했다. 교육부 통계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 중 폭언·욕설로 인한 교권침해는 총 1만4775건(62.7%)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교사에 대한 성희롱은 꾸준히 증가해 작년 한 해에만 112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권침해에도 일부 교사들은 학교와 학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원의 한 중학교 여교사는 “교권이 추락했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기 때문에 별로 새롭지도 않다”면서 “주변 교사들 중에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참고 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몇몇 교사들은 피해상담을 받고자 교원단체의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는 총 572건으로 10년 전인 2006년 176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증가폭 역시 가파르다. 지난 2006년(176건)부터 2011년(287건)까지 6년간 교권침해 상담사례는 111건 증가했지만 2011년(287건)부터 2016년(572건)까지 6년간은 총 285건 증가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교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활동 침해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교권침해 상담사례 중‘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총 267건(46.68%)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 중에는 ▲명예훼손이 82건(30.71%)으로 가장 많았고, ▲학생지도 관련이 80건(29.96%) ▲학교폭력 관련이 58건(21.72%) ▲학교안전사고 관련이 47건(17.60%) 순으로 나타났다.
 
교총 관계자는 “학부모의 부당행위는 일방적으로 학생의 이야기만 듣고 전후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학교를 찾아와 교사를 폭행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형태”라며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나 학교 조치에 대한 불만으로 고소하거나 부당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권보호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총 역시 지난 2008년부터 ‘교원의 지위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교원단체 등의 의견을 반영한 교원지위법 개정안 2건이 발의된 상태다. 개정안에는 교권을 침해한 학생을 다른 학급으로 교체하거나 전학시키고, 피해 교원의 요청에 따라 관할 교육청이 고발조치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학생과 학부모, 제3자에 의한 교권침해 비중이 높은 만큼 무고성 민원, 진정 등 악성민원으로 교원과 학교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교육부, 교육청 차원의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교육부는 지난해 대전과 부산, 대구,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한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올해부터 17개 전국 시·도 교육청으로 확대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피해 교원에 대한 상담 치료와 법률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지역사회나 외부기관과 연계한 시·도별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7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다산홀에서 '교권실태와 교권보호제도'를 주제로 연구발표회가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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