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신약 기술수출 10건 성공시켰죠"

(피플)노시철 파마페닉스 대표
라이선스 컨설팅 전문가 정평…중남미 등 파머징마켓에서 성과 나타내
"개발 초기부터 해외임상 진행 필수…제약사 해외진출 발판될 것"

입력 : 2017-05-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화두는 해외진출이다. 제약업계 규모는 19조원에 달하지만 최근 5년 성장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내수 시장 성장률이 정체되면서 제약사들은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을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다. 의약품 수출액 규모는 약 3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신약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 건수는 2016년까지 약 200여건에 달한다. 국산신약의 해외진출도 활성화되면서 해외진출 컨설팅 전문가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파마페닉스는 10건의 국산신약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의약품 라이선스 컨설팅 전문업체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회사를 이끄는 노시철 대표(44)는 국산신약이 해외로 나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시철 대표는 2008년 의약품 컨설팅 회사 파마페닉스를 창업했다. 그의 나이 34살이었다. 한솔SM(2000~2003년), 보령제약(2003~2006년), GE헬스케어(2006~2008년)에서 근무하면서 글로벌 신약 도입, 마케팅 등 다양한 해외업무를 담당한 것이 라이선스 컨설팅 회사의 창업 계기가 됐다. 지금에야 의약품 라이선스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지만 지난 10년은 생고생의 연속이었다. 번번이 문전박대에 눈물을 삭이기도 했다고 한다. 
 
 
"2008년 무렵에는 라이선스 해외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 또는 외주를 준다는 인식이 낮았다. 자사 해외사업팀이 있는데, 뭐하러 비용까지 들여 외부 컨설팅을 받냐는 식이었다. 컨설팅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미팅을 잡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노 대표는 자신의 경쟁력으로 성실성을 꼽는다. 해외 파트너사들은 노 대표를 '24시간 365일맨'으로 부르곤 한다. 메일을 보내면 밤낮, 시차, 휴일에 상관 없이 즉각 답장이 오면서 비롯된 별명이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하루에 업체와 최소 4건씩 미팅을 진행한다. 1년이면 1000건에 달한다. 10년 동안 1만건 이상 미팅을 진행한 셈이다.
 
"주간에는 거래처와 미팅을 하고, 야간에는 해외 파트너사들이 보낸 메일에 대해 일일이 답변했다. 사업 초기에는 하루에 3시간만 자고 일하기도 했다. 그만큼 절박했다. 노력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자리잡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노시철 대표는 파마페닉스 S.L을 파트너로 사업을 시작했다. 파마페닉스 S.L은 스페인에서 손꼽히는 제약 전문 컨설팅사다. 스페인 최대 제약사인 알미랄 고위직 출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프리카, 멕시코, 브라질 등에 각 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중남미와 유럽 시장 컨설팅에 두각을 보이는 업체다. 노시철 대표와는 보령제약 해외사업팀에서 근무할 적에 인연이 닿았다. 파마페닉스는 노시철 대표 개인 회사지만 파마페닉스 S.L의 한국지부 역할도 한다.
 
"국내외 업체와 파트너십은 라이선스 컨설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신약 개발과 라이선스 계약은 결국 경영진이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라이선스 컨설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경영진을 직접 만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다. 중남미와 유럽 파트너는 파마페닉스 S.L이고, 아시아와 중동, 러시아 등은 유능한 현지 파트너가 따로 있다."
 
첫 계약을 성사시키기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파마페닉스는 보령제약 고혈압신약 '카나브'의 라이선스를 주도했다. 노시철 대표는 수백개 해외업체에 카나브를 소개했다. 멕시코 스텐달이 최종 낙점됐다. 보령제약은 2011년 스텐달과 중남미 13개국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중남미 파트너사인 파마페닉스S.L과 협업이 보탬이 됐다.
 
노시철 대표는 보령제약 카나브를 시작으로 내리 10여건의 수출 계약을 성공시켰다. 2014년 보령제약 카나브의 중국 기술수출, 2016년 크리스탈지노믹스 소염진통제 '아셀렉스'의 터키와 중동, 북아프리카 권역의 19개국 기술수출, 2014~2016년 일양약품 항궤양제 '놀텍'과 백혈병치료제 '슈펙트'의 러시아, 중남미 등 총 4건의 기술수출 등이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노 대표는 파머징마켓(신흥시장) 라이선스 전문가로 업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R&D가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진출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전통 제약사부터 바이오벤처까지 신약 개발은 많아졌지만 정작 해외 기술수출을 한번이라도 계약해본 사람은 드물다. 국산신약 자체가 성공적으로 해외로 나간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아웃 전과정의 프로세스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의약품 라이선스는 변수가 굉장히 많다. 협상 과정이 몇년이 걸리는 데다가 계약 막판에 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려는 사람과 파려는 사람의 매칭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마페닉스는 운이 좋게 10건의 라이선스 아웃을 성사시켰다. 계약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변수를 줄일 수 있는 노하우도 그만큼 많이 쌓였다. 현재는 10여개 제품에 대해 라이선스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계약 협상 중인 것도 4건에 달한다.
 
노 대표는 국내 제약사의 라이선스 전략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 제약업계 기술수출은 1989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200여건에 달한다. 1990년대는 12건에 불과했지만 2001~2005년 26건, 2006~2010년 45건, 2011~2014년 8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라이선스 성공률을 높이려면 일단은 국내 임상과 동시에 선진국에서 임상을 실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임상 자료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국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국내 임상을 먼저 한 뒤 나중에 해외 임상을 하게 되면 그만큼 해외진출 속도가 늦어진다. 라이선스 가능성도 낮아진다. 경쟁제품 등장 등 변수가 많아질 수 있어서다. 2~3상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적어도 1상은 해외에서도 진행하는 게 좋다."
 
라이선스 전략은 섬세하고 다양하다고 한다. 파트너와 개별 국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2~3상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용이 최소 500억원이 들고, 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해외 1상을 단독으로 진행하고 2~3상부터는 투자를 받는 것도 방안이라고 노 대표는 조언한다. 펀딩이나 VC 투자 유치를 통해 이익을 나누되 리스크도 분산시킬 수 있다.
 
"첫 라이선스 계약이 가장 어렵다. 파트너사가 참고할 아무런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첫 계약을 체결하면 다른 국가에서도 협상이 수월해진다. 해외 의약품 허가당국이 검증한 신약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경영진은 적당한 시기에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협상에 시간을 몇년 소요하게 되면 애써 개발한 신약의 가치가 없어지게 될 수도 있다. 허가기간 4~5년이 소요돼 정작 특허 기간이 만료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산신약이 글로벌로 나아가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이 초대형 기술수출을 체결하고 한류 열풍으로 국내 제약업계의 입지와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해외 파트너사들이 유망한 국산신약에 대해 컨설팅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국산신약이 탄생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국산신약이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노시철 대표(좌측)는 일양약품 '놀텍'과 '슈펙트'의 러시아 최대 제약사 알팜에 라이선스 아웃을 주도했다. 양사 임원진이 계약을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파마페닉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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