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청년구제 정책, 다중채무 양산 우려"

"청년실업 심각해 반짝 효과에 불과"…과거 다시 연체율 상승 사례
"장학금 확대 등 현실적 방안 필요"

입력 : 2017-11-06 오후 4:07:38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당국이 청년·대학생의 금융지원 강화 방안으로 햇살론 공급 확대·채무조정 등을 제시했지만 빚지는 사회를 벗어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생활비, 학비 등을 이유로 대출한 이들에게 더 대출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6일 정운영 한국금융복지정책연구 소장은 "일자리가 충족될 때는 낮은금리로 급한 비용 등을 충당하게 해서 고금리나 사채이용을 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라며 "좋은 의도의 정책이라도 혜택대상들을 잘 선별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낮은 금리일지라도 무분별한 대출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발표한 ‘청년·대학생 금융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방향’에서 올해 발표될 금융지원 강화방안으로 내년 청년·대학생 햇살론의 총 공급한도를 현재 2500억원에서 600억원 증액한 3100억원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연 4.5%∼5.5% 금리로 인당 1200만원까지 제공한다는 것인데 청년·대학생들의 생활비, 주거비, 의료비, 교재비 외 6개월 내 대출 받은 15%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전환하는 목적이다.
 
청년의 경우 학자금(53.2%) 생활비(20.5%) 목적으로, 대학생 또한 학자금(85.9%) 생활비(14.2%) 용도로 대출한다는 금융위 조사에 따라 햇살론 공급액을 증액해 대출 금액을 늘려주겠다는 것이지만 청년·대학생의 자칫 다중채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의 이번 조사에 따르면 대출경험자의 15.2%는 연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32.3%는 금융채무불이행으로 등록 된 바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70%가 은행 또는 은행보다 낮은 2%대의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을 이용하고도 등록됐다는 부분이다.
 
정 소장은 "무조건 갚으라는 사후관리가 아니라 소득을 창출하며 대출금을 갚을 수 있도록 교육상담 등을 병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장학재단 대출 보유한 다중채무자등의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검토하고 있는 방안 또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정부가 학자금대출과 햇살론을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하며 6만2000여명의 채무자에게 혜택을 줬다.
 
이에 따라 2014년 당시 일반상환학자금 연체율은 4.4%로 감소했지만, 다음 해 다시 4.74%로 상승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확장 또는 채무조정보다 근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순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청년·대학생들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대출보다 국가 장학금을 늘리는 방안이 맞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 사회가 청년 및 대학생들을 어떻게 케어해줄 수 있느냐 하는 문제지만 자칫 도덕적해이 등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올해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밝힌 청년 및 대학생 금융지원 강화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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