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DGB금융 CEO리스크, 용단내려야

입력 : 2018-01-10 오전 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
영국 역사가이자 비평가인 토머스 칼라일의 명언이다. 하지만 침묵이 때론 독이 될 때가 있다. 응답해야 할 순간 답하지 않는 때 더욱 그렇다.
 
 
금융권에서는 DGB금융지주의 침묵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리스크가 조직 전체로 전이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비자금 조성’을 놓고 촉발된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의 논란은 박 회장과 DGB금융의 묵묵부답 속에 확대되는 모습이다.
 
현재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작년 8월까지 대외영업 활동 등의 명목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수십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에게 대구은행 출신 직원의 채용을 청탁한 것과 자택 인테리어 공사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구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는 박 회장의 비위 행위를 꼬집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지만 박 회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오히려 DGB금융이 최근 인사에서 경쟁자로 분류됐던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과 임환오·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의 퇴진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제왕적 지배구조는 더욱 강화됐다.
 
사외이사를 제외한 DGB금융지주 등기임원이 박 회장 혼자만 남았고, 대구은행 역시 박남규 상임감사를 빼면 박 회장의 1인 경영체제가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복인사’와 같은 결정이 DGB금융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리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특히 DG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주회장-행장 겸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무엇보다 내부 감시와 통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에서도 지주회장의 ‘셀프연임’과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DGB금융의 행보는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증권사 인수에도 영향을 미친다. DGB금융은 오는 3월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예정이지만, 금융당국의 인허가 작업 과정에서 박인규 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심사하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DGB금융의 증권사 인수가 당연히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실제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최순실 사태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연임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인수에 제동이 걸렸으며,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도 지연되고 있다. 박 회장 역시 비자금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오는 29일까지 출국금지 연장 처분을 받은 상태라는 점에서 ‘CEO리스크’는 조직의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다.
 
올 초 DGB금융은 새해 목표로 ‘변화에 도전하는 NEW DGB’를 선정했다. DGB금융이 변화하기 위해선 침묵을 깨야 한다. 변화는 박인규 DGB금융 회장의 용단에서 시작된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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