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육성, 이대론 안된다)②'제약 강국' 꿈꾸지만…제약·바이오 육성책, '사공' 많아 '산'으로

부처별 산재한 정책 문제…업계 "중복투자 빈번"

입력 : 2018-05-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각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책을 쏟아내면서 정책 중첩과 혼선이 발생하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공'이 많아 정부 신약개발 예산도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3월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종합계획 공청회에선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산업 육성책을 놓고 부처 간 유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협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비판이다. 실제, 제약·바이오 관련 산업 육성책은 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별로 산발적 진행되고 있다.
 
5개년 종합계획은 복지부(제약·임상 육성)가 총괄하고 과기정통부(R&D), 산자부(인프라 구축), 식품의약품안전처(품목인허가),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지원), 교육부·고용노동부(인력양성) 등 부처가 지원하는 형태다. '제약 강국으로 도약'을 비전으로 2022년 일자리 14만개, 글로벌 신약 15개를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신약개발, 인력양성, 수출지원 등 부문에 올해 정부 예산 4324억원을 투자한다.
 
제약산업 육성책은 다른 부처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0월 '제3차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2017~2026)'을 확정했다. 2026년까지 매출 1조원 규모 블록버스터 국산신약을 5개 창출한다는 게 목표다. 신규 벤처 1250개, 기술특례상장기업 30개, 글로벌 기업 4개를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산자부는 '바이오·헬스산업 발전 전략'을 올해 2월 발표했다.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 맞춤형 신약·의료기기 개발과 혁신적인 헬스케어 서비스 실증을 지원하겠다는 골자다. 이와 별도로 핵심·원천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2018년도 '제1차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에는 바이오의약이 포함된다. 식약처도 별도로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획기적 의약품 개발촉진법(가칭)을 추진해 대규모 R&D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각 유관부처와 별도로 2011년부터는 과기정통부, 산자부, 복지부 공동사업으로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주요 국산신약 연구과제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출범 당시 3개 부처가 2011~2019년 예산 5300억원을 공동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신약개발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부처 간 협의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설립 목표다. 
 
제약기업에게 정부 지원금은 R&D의 활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데다가 정책이 산재해 있어 민간에선 행정적 절차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정작 정부 지원금 신청에서 지원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기초 연구개발, 산자부는 사업화 단계, 복지부는 임상 지원, 식약처는 인허가가 주업무다. 하지만 실제론 초기단계 신약후보물질 도출에서부터 임상 1~3상까지 각 부처별 지원이 상당수 중복된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에선 헬스케어, 산업부에선 바이오산업으로 같은 말인데 용어조차 서로 다르다"며 "산자부에서 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은 뒤 복지부에서 비임상, 임상 예산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2~2016년 정부 신약개발 누적 예산은 총 1조4099억원에 달한다. 연평균 2820억원을 순수 신약개발 R&D에 투자하는 셈이다. 글로벌 신약 1개를 개발하기 위해선 1조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선진국보다 절대적으로 적은 예산조차도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약업계 정부 대관 담당자는 "과기정통부, 산자부, 복지부가 공동으로 신약개발하겠다고 만든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도 부서 간에 엇박자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을 끌고 나가는 주관부처가 몇 년마다 변경되는 등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 약학대학 교수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뜨면서 각 부처가 서로 주도권을 쥐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복지부, 과기부, 산자부가 서로 비슷한 위원회를 설립하고 유사한 정책을 시행해 중복투자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부처의 제약 산업 육성책마다 글로벌 신약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크지 않은 정부 예산으로 도대체 1개 글로벌 신약조차 만들 수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제약산업 육성과 관련해 부처 간 유기적인 연결이 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부처 간 일관된 정책을 협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 들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최원석 기자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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