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리는 텐센트

입력 : 2018-05-18 오전 6:00:00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큰 기업은 텐센트(Tencent, 騰訊)이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약 600조원으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에 이어 전세계 시가총액 5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시총이 약 350조원이고 넥슨, 카카오,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각각 15조원, 9조원, 25조원인 것을 고려해보면 얼마나 대단한 규모인가. 텐센트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을 유통해서 성장했고 카카오톡을 보고 만든 위챗(WeChat, 微信) 메신저가 핵심 사업이다. 우리나라 회사의 서비스를 모방하던 회사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성공을 이뤄냈을까?
 
필자가 텐센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10년 전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한 학기 공부를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중국 대학생들은 휴대폰으로 전화 통화하는 게 어려웠다. 텐센트는 어느 컴퓨터에서도 쓸 수 있는 인터넷 메신저 QQ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었으며 중국 대학생들은 전화번호보다 QQ ID를 먼저 물어볼 정도였다. 당시 QQ 서비스의 사업모델은 싸이월드를 참고해 아바타를 꾸밀 수 있도록 했는 아이템을 팔았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유명 브랜드와 협업해 실제 브랜드 상품 형태의 옷을 아바타에 입힐 수 있도록 했다.
 
QQ의 성장과 함께 텐센트의 성장엔진이 된 것은 바로 온라인 게임이다. 텐센트는 대규모 사용자를 기반으로 해외 게임을 수입 유통하고 자체적으로도 게임을 개발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텐센트는 한국산 온라인 게임을 수입해서 중국 시장에 출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 파이어’,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크로스 파이어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1인칭 슈팅 게임(FPS, First-Person Shooter)이 되었다. 한국 게임 유통을 통해 텐센트는 중국에서 가장 큰 게임 유통사가 됐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수입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를 만든 미국 게임회사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클래시 오브 클랜’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슈퍼셀도 인수했다
 
동시에 우리나라 게임을 모방해 자체 개발도 했다. 넥슨의 ‘크레이지 아케이드’를 베껴 QQ탕이라는 게임을, ‘카트 라이더’를 모방해 QQ스피드를 만들었다. 일단 짝퉁 게임을 만들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개발자를 확보하고 노하우를 쌓아 결국 에는 뛰어난 품질의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텐센트는 전세계 게임시장의 10% 이상을 설명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개발사이자 유통사가 됐다.
 
우리나라에 아이폰이 도입되고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PC 메신저 시장의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 메신저와 네이트온이 몰락하고 카카오톡이 성장했다. 변화를 감지한 텐센트는 2010년 자회사를 설립해 카카오톡을 참고한 위챗을 선보였다. 중국 인터넷 환경에 맞게 가벼운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했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를 통해 편리성을 높였다. 금융 인프라가 좋지 않은 중국 상황에 맞게 모바일 결제, 송금, 오프라인 결제, 음식 배달, 쇼핑, 공과금 납부, 택시 호출 등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대체할 정도의 서비스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제는 중국의 국민 모바일 메신저가 돼 월간 실사용자수(MAU)가 10억명에 달한다.
 
인공지능이 미래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텐센트는 10억 명의 실사용자가 매일 만들어내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기초로 핀테크,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현실, 헬스케어 등 인공지능 영역의 사업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
 
텐센트는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린다’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IT 기업들이 졸지에 고양이가 된 셈이다. 그리고 텐센트는 호랑이가 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 분야에 대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IT 기반의 혁신에 대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 이제 우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것인지, 꼬리를 잡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호랑이 탈이라도 뒤집어 써야 할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양진영 기자
양진영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