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구속에 무너지는 '라정찬 신화'…알앤엘바이오 악몽 재현되나

네이처셀 사태, 5년 전 알앤엘과 유사…주가 4개월 새 8분의1으로 추락

입력 : 2018-07-19 오후 4:37:18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신화를 써내려가는 듯 보였던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또 한번 구속됐다. 이로 인해 연일 주가 폭락을 기록 중인 네이처셀이 라 대표의 첫 주가조작 혐의로 상장폐지된 알앤엘바이오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남부지법은 네이처셀 주가를 허위·과장 정보를 이용해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라정찬 대표를 구속했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라 대표뿐만 아니라 관련 인물들의 구속영장 발부를 추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 대표와 네이처셀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네이처셀이 지난해 6월 조건부 판매 허가를 신청한 퇴행성골관절염치료제 '조인트스템'의 허가를 반려했다. 13명에 불과했던 임상환자와 대조군도 없다는 점, 임상환자의 절반 이상은 치료 중에 질병이 진행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5000원대에서 시작해 3월16일 6만4600원으로 껑충 뛰었던 네이처셀의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달 7일 본사 압수수색과 이달 라 대표의 구속까지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네이처셀의 주가는 19일 8480원으로 장을 마감, 4개월 새 8분의1 수준으로 추락했다. 특히 라 대표와 네이처셀이 주가 추락의 시발점이었던 조인트스템의 조건부 승인을 지난해부터 전면에 내세워 대대적 홍보에 나서왔던 탓에 주주들을 속인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현재 네이처셀 사태는 알앤엘바이오 때와 똑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앤엘바이오는 지난 2000년 11월 라 대표가 설립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이다. 2005년 상장 이후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기반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으로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임상 데이터 미흡으로 승인이 불허되며 주가가 폭락했다.
 
당시에도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라 대표는 결국 항소심 끝에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으며 실형을 면했다. 하지만 알앤엘바이오는 해당 여파로 2013년 4월 상장폐지됐다. 아직 라 대표의 네이처셀 주가 조작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대표를 지냈던 두개의 회사가 공교롭게도 유사한 행보를 보인 셈이다. 알앤엘바이오를 전신으로 하는 알바이오가 네이처셀의 2대 주주인 점(1분기 기준) 역시 관련 의혹을 떨쳐내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섭게 주가가 폭락 중인 네이처셀 역시 알앤엘바이오 악몽의 재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상장폐지 수준의 극단적인 결론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네이처셀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회사 측은 라 대표의 혐의가 입증된 것이 아닌 만큼 직무 대행 체제를 통해 경영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의 경영 공백을 염려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될 만큼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라정찬 대표의 두 번째 구속은 알앤엘바이오 상장폐지의 중심인물이었던 라 대표와 연관돼 지속적으로 불거지던 문제가 결국 터진 것인 만큼 단순한 회사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 이상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이번 사태가 네이처셀과 라 대표는 물론 국내 바이오산업 전반에 걸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신화를 써내려가는 듯 보였던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가 주가조작 혐의로 또 한번 구속되면서 본인과 회사 신뢰도 회복에 치명타를 맞았다. 사진/바이오스타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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