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횡격막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아동 사망…의사3명 법정구속

8세 초등생 4차례나 오진해 결국 사망…의료진 무더기 구속 이례적

입력 : 2018-10-24 오후 1:00:00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8세 된 어린 환자의 ‘횡격막탈장’ 증세를 단순 변비로 오진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 3명이 전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의료과실 사건에서 진료에 참여한 의사 전원이 구속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현재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의사의 엄격한 책임을 물은 판결로 주목된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선의종 판사는 지난 2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기 성남 A병원 의사 3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최초진료자인 응급의학과 과장 B씨에게 금고 1년을 선고했다. 두번이나 오진한 소아과 과장 C씨는 금고 1년6개월을, 피해 환자를 마지막으로 진료한 응급실 당직의사 D씨는 금고 1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세사람 모두는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에서 바로 구치소로 이송됐다.
 
자료/수원지법 성남지원.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법원에 따르면, 여덟 살 난 E군은 극심한 복통으로 어머니와 함께 2013년 5월27일 오전 0시53분 A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E군을 진료한 A씨는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변이 많이 찼다’며 복부통증으로 진단해 변비와 소화기 장애에 대한 치료만 하고 E군을 귀가시켰다. 당시 E군 흉부 엑스레이 촬영 결과 '좌측하부폐야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발견됐지만 A씨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증상이 계속되자 E군의 어머니는 그날 오후 2시27분쯤 E군을 데리고 다시 A병원 소아과를 내원했다. E군을 진료한 C씨는 E군이 당일 새벽 응급실에서 진찰 받은 사실을 알았지만 진료기록이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하지 않고 변비로 진단했다. E군이 3일 뒤 다시 병원에 왔지만 역시 변비약만 처방했다. A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그 전날 E군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확인한 결과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있다고 보고서에 적었지만 C씨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10일 뒤인 6월8일 오후 3시쯤, E군은 같은 증상으로 A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네 번째 내원이었다. 그날 촬영한 E군의 복부 엑스레이 촬영 사진에서는 흉수양이 늘고 비정상적인 공기음영이 새로 발생하는 등 ‘횡경막 탈장’이 확인됐다. 그러나 당직 의사였던 D씨는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고 변비약만 줘 E군을 돌려보냈다.   
 
당일 오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E군은 인근 상급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지만, 몇시간 뒤 결국 사망했다. 사인은 '횡경막 탈장 및 혈흉'을 원인으로 저혈량성 쇼크로 인한 심정지‘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초진한 B씨가 흉부 엑스레이를 활영했을 당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발견됐고 이는 애매한 수준이 아니라 명백한 이상소견이었다"며 "이상소견만으로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발견했더라면 추가검사 및 경과관찰을 했을 것이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 전에 증세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와 같이 폐 발육이 완성되고 난 뒤 탈장이 진행된 경우 횡격막 탈장 수술 예후가 비교적 좋아 조기 발견했다면 수술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씨와 D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처음 내원하고 나서 수일이 지나 다시 찍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도 이상소견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상소견을 발견해 상급병원으로 옮기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는 현재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B씨 등이 "상급 병원 응급처치과정에서 적절하게 수혈이 이뤄지지 않아 저혈량성 쇼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수혈이 필요할 정도로 출혈이 있지 않았고 적절한 수혈 및 수액이 공급돼 응급조치를 한 병원의 처치는 적절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로 한 초등학생의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한 책임은 그 죄책이 매우 무겁고, 피고인들 중 누구라도 정확하게 진단했더라면 그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책이 크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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