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한국 금융기관과 기업, 기후변화에 '선제적 대응' 필요

'CDP Korea Report 2018' 발간…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 시상식도 열려

입력 : 2019-04-29 오전 6:00:00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는 지난 2000년에 설립돼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비영리 기관이다. 전 세계 금융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주요 기업에 기후변화, 물 등의 환경 이슈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해 그 정보를 분석한 뒤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CDP의 보고서는 전 세계 금융기관의 투자 지침서로서 활용되고 있으며 UN에서도 공식적인 데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CDP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의 약칭이나, 이 프로젝트가 환경 전반을 포괄하면서 수행기관의 이름으로도 사용되는 고유명사다.
 
한국에서는 2008년 KOSIF(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가 CDP의 로컬 파트너로서 CDP한국위원회를 조직하면서 본격적으로 CDP가 도입되었다. CDP한국위원회는 CDP의 여러 수행계획 중 2008년에는 기후변화를, 2014년에는 물을 도입해 한국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와 물 관련 정보 공개를 요청하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여 매년 보고서를 발견해 전 세계에 배포하고 있다.
 
지난 24일 CDP한국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CDP Korea Report 2018 발간 및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 시상식’을 개최해 'CDP Korea Report 2018'의 결과를 발표하고,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과 물 경영 우수 기업을 시상하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CDP한국위원회
 
금융기관의 기후변화정보 요구 및 한국기업의 수준 진단
 
CDP한국위원회는 TCFD에서 공개를 권고하는 4가지 핵심요소를 기준으로 한국기업의 수준을 진단함으로써 금융기관과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TCFD는 어떤 곳일까? 금융안정위원회(FSB)는 G20의 요청으로 ‘기후 관련 재무정보 태스크 포스’인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를 설립해, 금융기관과 기업의 재무보고서에 기후변화 정보공개를 핵심으로 하는 권고안을 2017년에 발표하였다. TCFD의 권고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금융기관은 기후변화 리스크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기반한 자산 평가 시스템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서 기후변화가 투자대상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정보가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TCFD는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해수면 상승, 이상기후 현상과 같은 물리적 위험과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정책·기술·시장의 변화 등으로 인한 전환위험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러한 위험요소와 자원효율성 향상,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 개발 등의 기회요소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의 미래가치와 비용 및 매출구조에 영향을 주게 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전체 가치에 반영된다고 분석한다.
 
또한 TCFD는 권고안 도출과정에서 CDP와 같이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자발적 정보공개활동을 대폭 수용했다. 금융기관과 기업이 반드시 공개해야 할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그리고 관련 목표 및 지표의 4가지로 구분했다. 
 
"지배구조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의 접근방식 살펴" 
 
TCFD에서 공개를 권고하는 4가지 핵심요소 중 첫 번째인 지배구조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에 대한 조직의 지배구조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을 설명하는 것,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관리하는 경영진의 역할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지배구조는 기후변화 관련 이슈를 다루는 기업의 태도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기후변화와 같이 투자시점과 경제적 성과를 확인하는 시점의 괴리가 큰 장기적 이슈의 경우, 그에 알맞은 거버넌스 체계 구축 없이는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CDP에 응답한 거의 모든 한국기업은 기업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최종책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7%의 기업은 이사회에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이슈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하여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실질적 활동을 이끌어내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기후변화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비율도 93%로 높은 수준이었다.
 
"전략, 기후변화 잠재적 위험 요소까지 분석해" 
 
두 번째로 TCFD의 권고안에서 전략이란 조직의 사업, 전략 및 재무 계획에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와 기회가 미치는 현재·잠재적 영향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조직이 파악한 단기·중기·장기 기후변화와 관련 위험 및 기회를 설명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가 조직의 사업, 전략 및 재무 계획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것이다. 2℃ 또는 그 미만의 시나리오를 포함하여 다양한 기후변화 관련 시나리오를 고려한 전략의 회복탄력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CDP의 분석 결과, 90% 이상의 한국기업이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 및 기회를 보고하고, 개별 위험, 기회요소에 대한 구체적 설명과 대응방법을 공개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기업이 기후변화 이슈를 기업의 사업전략에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반면 전략의 수립에 시나리오 분석을 반영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77%로 낮았으며, 이들 기업이 전략에 반영한 시나리오의 대부분은 국제사회가 합의한 2℃ 목표가 아니라 국가감축 목표였다.
 
따라서 CDP는 보고서 중 전략 부분에서 2℃ 목표뿐만 아니라 1.5℃ 시나리오까지 반영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가목표만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한다면, 기후변화가 가져올 미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 기후관리 위험을 식별·평가·관리방법 공개
 
TCFD 권고안에서 리스크 관리란, 조직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식별, 평가 및 관리하는 방법을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식별하고 평가하기 위한 조직의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것.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의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것. 두 프로세스가 어떻게 통합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CDP의 분석 결과, 90% 이상의 응답기업이 기후변화를 전사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와 통합했고, 매년 관련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6년 이상 장기 리스크를 검토하는 기업과 모든 유형의 리스크를 평가하는 기업이 비율은 각각 70%와 6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CDP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분석과 진단 말미에 포괄적,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는 태풍, 집중 호우와 같이 단기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해수면 상승, 소비자 성향 변화와 같이 점진적이고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국제곡물가격 상승과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여기서 한국기업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4지표 및 목표, 국제사회 요구하는 장기적 관점의 목표수립 촉구"
 
마지막으로 TCFD 권고안에서 지표 및 목표란, 해당 정보가 재무적으로 중요한 경우, 연관된 기후변화와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해 사용한 지표와 목표를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조직이 전략 및 위험 관리 프로세스에 따라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평가하기 위해 사용한 지표를 공개하는 것. 스코프 1과 스코프 2, 그리고 해당하는 경우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및 관련 위험을 공개하는 것.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험, 기회 및 목표 대비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목표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CDP의 분석 결과, 한국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수준은 매우 높았다. 응답한 모든 기업이 스코프 1과 스코프 2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80%는 검증 받은 배출량을 보고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한 기업도 97%였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의무 규제인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및 배출권거래제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감축목표의 수준에서 해외 선도기업과의 차이가 있었다. 2℃ 목표달성을 위해 CDP에서 제시한 수준의 감축목표를 보고한 기업은 25%에 불과했으며, 스코프 3 목표까지 요구하는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인증을 거친 목표를 보고한 기업은 전무했다. 보고서에서는 국내수준 이외에도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장기적 관점의 목표 수립을 촉구했다.
 
더불어 보고서에서는 한국에서 아직 해외와 달리 재생에너지 구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 힘들다고 보았다. 또한 구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제도적으로 이를 온실가스 산정에 반영할 수 없다. 이는 해외 주요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구매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시도하고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를 발표하는 것과는 대비된다고 말하며 한국의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장지인 CDP한국위원회 위원장은 'CDP Korea Report 2018' 발간사에서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언급하며 지구평균온도 상승 저지선을 1.5도로 낮추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CDP에 서명하거나 정보공개를 한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으로 나서주기를 당부했다.
 
CDP한국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종오 KOSIF 사무국장은 “기후변화 재앙을 저지하기 위한 1.5도는 인류 생존을 위한 미션”이라며, “이를 맞추기 위해서 금융기관과 기업은 에너지전환과 탈석탄-재생에너지 투자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에 선정된 기업. 자료/CDP한국위원회
 
권미희 KSRN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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