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의 뉴스카페)아름다움과 추함의 본질은 뭘까…연극 ‘추남, 미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추남, 미녀' 연극화

입력 : 2019-04-30 오전 11:31:01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아름다움과 추함의 본질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추함에는 동정심을 갖지만, 아름다움에는 원인 모를 미움이 있습니다.
 
벨기에 출신으로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가 지난 2016년 발표한 소설 추남, 미녀가 연극으로 옮겨졌습니다.
 
연극 추남, 미녀는 천재 조류학자로 성장한 추남 데오다와 눈부신 외모로 멍청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감내해야 했던 미녀 트레미에르의 운명적인 만남을 재기 넘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얼핏보면 추남과 미녀의 사랑 이야기 같지만, 특별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자신들의 미추(美醜)의 굴레에 가둬 평가하려는 세상에 반기를 들고, 진정한 자유로움을 찾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극 '추남, 미녀' 연습장면. 사진/예술의전당
 
<인터뷰 : 이대웅 연출>
"아멜리 노통브가 샤를 페로의 '도가머리 리케'  원작으로 했고, 저희는 2인극으로 올리면서 특별히 바꾸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원작 엔딩 지점에는 데오다와 트레미에르의 이야기가 더 있다연극에서는 만남에 특별함을 부여했고, 이 부분이 원작과 다르다."
 
이 작품은 남녀배우 단 두 명이 출연해 극을 이끌어 갑니다극중 인문들의 다양한 감정과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 사이의 갈등과 사랑의 본질을 보다 면밀히 엿볼 수 있는데요.
 
천재 조류학자인 데오다 역에는 문제적 인간 연산, 로베르토 쥬코 등에서 인상적인 열연을 펼친 백석광이 맡았습니다.
 
보석보다 아름다운 외모의 모델 트레미에르 역에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연극 보도지침등에서 호평을 받은 정인지가 맡았습니다.
 
연극 '추남, 미녀' 데오다 역의 배우 백석광. 사진/예술의전당
 
<인터뷰 : 백석광 데오다 역>
"데오다는 못생겨서 힘들고, 트레미어는 예뻐서 힘든 굴곡이 있다. 굴곡들의 끝에서 서로 만났을 때 운명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 중에 이런 운명이라고 감정을 느끼는 건 드문 일인데, 작품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사랑이 만나지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인터뷰 : 정인지 트레미에르 역>
"진정한 사랑은 작품을 하면서 알아가는 부분도 있고, 제가 생각한  부분이 덧붙여지기도 한다. 요즘에 많이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나를 솔직한 나로 있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는거 같다. 상대방을 위해서 나를 꾸미고 생각을 바꾸는게 아닌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내가 그를 혹은 그녀를 만나도 나로써 있을 수 있게 할 수 있는 그런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실력파 배우로 인정받는 백석광과 정인지의 열연이 펼쳐집니다. 등장과 퇴장이 거의 없이 90분간 두 사람의 재능과 열정만으로 무대가 채워집니다.
 
특히 배우 정인지는 총 20여개의 역할을 홀로 종횡무진 연기하면서 무대의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배우 백석광 역시 지난 2001년과 2004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각각 금상과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요.
 
본인의 장점을 살펴 무대에서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의미 전달에 힘을 보탭니다.
 
연극 '추남, 미녀' 트레미에르 역의 배우 정인지. 사진/예술의전당
 
<인터뷰 : 정인지 트레미에르 역>
"연습실에서 실제로 옷을 갈아 입거나, 배역 체인지를 하지 않아 무대에 빨리 등장 했었는데, 리허설 무대에 서보니 쉽지 않았다. 사실 처음에 걱정이 많았다. 변화하는 시간이 많아 빨리 등장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지만, 훨씬 효과적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웅 연출은 원작 새로 읽기라는 컨셉으로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 작품은 소설 보물섬에 이어 명작 소설을 연극화한 두번째 작품입니다.
 
또 이대웅 연출은 앞서 삼국사기의 도미설화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뮤지컬 아랑가를 연출했는데요. 당시에도 배우들의 등퇴장이 반복되면서 감정의 변화를 세련되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이대웅 연출은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펼치고, 그 속에서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우리 사회의 정형화된 사고를 타파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인터뷰 : 이대웅 연출>
"전형적인 못생긴 남자와 이쁜 여자가 만나는 이야기인데, 연극을 보면 그대로의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만나는 얘기이다. (관객은) 이런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부분들을 강조했고, 공연을 감상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다."
 
뛰어난 독창성과 신랄한 문체를 자랑하는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추남, 미녀를 읽은 뒤 연극을 감상하신다면 작품이 전달코자하는 숨은 의미는 물론 몰입도도 높일 수 있어 극의 재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연극 추남, 미녀는 오는 51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집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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