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곧 재개…'하노이 노딜' 간극 좁히기

트럼프 "협상 진행 두고볼 것"…영변 폐기, 단계적·동시적 해법 놓고 조율할 듯

입력 : 2019-06-30 오후 6:45:56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꽉 막혔던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전격 회동을 갖고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실무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보인 이견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의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북미 양국이) 각각의 대표를 지정해 포괄적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2~3주 내에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이 함께 실무적인 이야기를 진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 주 동안 각 실무팀이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사이에 실무협상이 조만간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른바 '노딜'로 끝난 것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한 북한과, 한 번에 완전한 비핵화에 다가가는 '빅딜'을 주장한 미국 사이의 입장차이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긴급 심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노이에서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가 만만찮은 제안이었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로 인한 내부 동요가 계속됐고, 비핵화 협상 주도권이 기존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만난 가운데 후속 논의 과정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북미 협상 타결을 위한 카드로 쓰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서면인터뷰에서 "영변은 북한 핵시설의 근간"이라며 "영변의 핵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적 검증 하에 영변 핵시설을 전면 폐기할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영변 외 추가 핵시설이 더 있다고 보고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인 영변이 차지하는 위상·비중을 고려할 때 영변 폐기가 비핵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가 현실화 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제재를 해제하고 싶다"면서도 "그부분을 고대하고 있지만 지금은 계속해서 유지가 될 것이다. 추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어느 정도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1일 방북 당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지지한 가운데 미국도 이를 감안해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비건의 '동시적·병행적' 언급은 이미 올해 초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한 말이고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말하는 '동시적·단계적'과의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 미국이 대단한 변화를 보인 것처럼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미 간 협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과 미국 모두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북미 합의안 초안을 국내 전문가들의 지혜를 총동원해 마련하는 것으로 북미협상 성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포괄적인 공정표와 합의안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은 소수 전문가나 몇몇 관료 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정부는 보수·진보를 넘어 이 분야에 권위있는 국내 전문가들의 역량을 결집해 북한과 미국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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