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다변화 필요한데"…아모레퍼시픽, 상생 고심

내놓은 상생방안에도 가맹점주 "실효성 없어"

입력 : 2019-09-10 오후 3:11:14
[뉴스토마토 김은별 기자] 로드숍 위주의 시장에서 탈피하려는 아모레퍼시픽이 가맹점과의 상생 문제에 부딪혔다. 가맹점주들은 회사가 쿠팡, 자사 온라인몰 등에서 온라인 제품을 판매하고 체험형 매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상생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채널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매출 신장에만 집중하고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전국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 9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는 "본사가 온라인몰에 직접 입점해 가맹점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프로모션으로 가맹점과 경쟁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전국아리따움 가맹점주협의회도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협의회는 "아모레퍼시픽이 온라인 직영몰 운영과 오픈마켓 입점으로 수익을 독점하고 H&B스토어 입점으로 가맹점주들과 경쟁해 영업지역을 침해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구매 고객을 가맹점에 직접 연결해 수익을 배분할 수 있는 '이익공유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이 밀고 있는 아리따움 라이브 전환 과정에서도 가맹점주들이 높은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회사 측도 나름의 상생방안을 내놓고 있다. 올 초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매출을 연계한 '옴니 채널 시너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해당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자사몰에서 자주가는 오프라인몰을 지정하면 온라인에서 구매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이 가맹점주로 가는 구조다.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상생 방안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전혁구 전국이니스프리 가맹점주 비대위원장은 "온라인 유통 채널은 많은데 마이샵(이니스프리의 옴니 채널 시너지 프로그램) 같은 경우 제한적으로 자사몰에서만 이뤄지며 온라인몰 고객 유치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가맹점주와 윈윈(win-win)하는 방향을 계속 고민 중이며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협의체도 있어서 소통하며 해결책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화장품 업계는 부진한 오프라인 실적에 체험형 매장을 확대하고 H&B 스토어와 공생하거나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8조1172억원에서 지난해 9조8404억원으로 늘었으며 지난 7월 화장품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972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했다. H&B스토어의 시장규모는 매출 기준 최근 5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
 
실적 감소세에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이런 변화가 더욱 절실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10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5.2% 하락했다. 특히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로드숍 위주의 화장품 브랜드가 주인 아모레퍼시픽에게 채널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열린 이니스프리 가맹점주협의회 기자회견. 사진/전국가맹점주협의회
 
김은별 기자 silversta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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