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만큼 무섭지만 잘 모르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과 혼동 쉽지만 다른 질환…무조건적 금연이 최선의 방법

입력 : 2019-10-0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는 국내 사망원인 7위로 10위인 교통사고보다 높고 대기 오염 및 고령화로 인해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41만여명인데 반해, 만성폐쇄성폐질환은 19만여명에 그쳤다. 국내 300만명으로 추정되는 환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진단율(2.8%)이다.
 
COPD는 증상만으로는 천식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만성기침 및 가래, 호흡곤란, 천명(쌕쌕거림), 등 타 호흡기 질환과 동일한 증상이 많기 때문이다. COPD는 담배 연기 및 미세먼지 등 해로운 성분이 기관지 및 폐포에 작용해 만성적인 염증이 초래되면서 이후 회복될 수 없는 기도폐색이 발생하면서 점진적으로 폐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천식 역시 기도 폐색이 발생하지만, 폐기능 및 증상의 변화 폭이 COPD에 비해 크게 나타난다. 또 천식 환자의 경우 상당수에서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 동반되는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OPD는 대부분이 40대 이후에 발병하고 천식은 소아에서도 발병하기 때문에 40세 이전의 흡연력이 없는 환자의 경우는 천식의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반대로 흡연력이나 장기간 미세먼지 노출력이 있는 40대 이후에서는 COPD를 우선 고려해 봐야 한다. 실제로 지난해 연령별 요양급여비용을 비교해본 결과, 30대 이하의 비율이 1.3%밖에 되지 않았다.
 
장기간에 걸친 담배 연기, 유독물질, 공해, 미세먼지 등의 흡입은 기도, 기관지 및 폐포에 만성 염증을 만들어 기도 폐색을 초래하고 폐 기능을 저하한다. 흡연은 환자의 90% 이상이 관련 있을 정도로 가장 큰 위험요소다. 많은 연구를 통해 미세먼지와 COPD 간에 연관 관계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도 큰 위험요소로 자리잡았다. 
 
김이형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전자 담배가 기관지 상피 세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전자담배가 COPD 발생과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 없어 담배 대용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금연하는 것이 가장 좋은 COPD 예방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COPD는 약물로 어느정도 폐 기능 개선, 증상의 호전 및 급성 악화 등으로 인한 입원율을 줄일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흡연자는 금연이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이며 미세먼지 등의 노출이 많은 환경을 피하고 인플루엔자 및 폐렴 예방 백신을 접종받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약물치료로 기관지 확장제를 일차적으로 사용하는데, 경구제보다는 흡입제를 사용하는 것이 효능 및 부작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중증 COPD 환자는 재택 산소요법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병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연과 더불어 일반적인 생활 규칙을 지키고 규칙적인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최적의 기능 상태에 초점을 두고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환자 교육, 운동 요법, 호흡 재훈련, 영양 상담 등으로 구성된 호흡 재활 치료를 한다.
 
담배와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에 속하는 데 대부분의 COPD 환자들은 상당량의 흡연력 및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된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폐암 발생 여부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폐 기능 저하가 반드시 동반되기 때문에 COPD가 없는 환자군에 비해 같은 병이라도 치료(수술 및 항암요법)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률이 높고 폐암 자체로 인한 사망률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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